간단한 우울증 테스트 질문에 '희망이 없다고 느낀다'라는 문장이 있었다. 그 문장을 읽자마자 든 생각은 '희망은 애당초 없는 것 아닌가? 희망 따위에게 관심 줄 여유 같은 거 난 없어.'라고 생각하면서 과감하게 전혀 아니다에 체크했다. 이런 질문도 있었다. '나의 건강이 염려된다.' 이것은 더 이상 나에겐 질문 자체가 성립되지 않게 되었다. 나는 건강하지 않으니까. 이 점에 대해서도 나는 언제 죽어도 상관없다는 각오로 지내고 있기 때문에 잠시 생각하다가 전혀 아니다에 체크했다.


유일한 진리는 태어난 인간은 반드시 죽는다는 것이다. 그 진리 앞에 내가 무슨 희망을 가질 수 있겠는가? 그저 죽음을 향한 고통이 적기를 바라는 정도의 희망은 가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희망이라는 단어가 의미하는 희망일까???


아무튼 기세 좋게 우울증 테스트 진단 후 점수를 계산했더니 '우울 증세 없음'이라는 훌륭한 성적표가 나왔다. 


나는 인생에 대한 큰 기대 없이 일상 유지에 집중하고 있다. 나 자신에 대해도 현상 유지나마 하고 살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점점 나빠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산다. 육체적, 정신적 건강 둘 다. 그렇게 생각하면 모든 게 받아들여지고 일상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고집멸도라고 하지 않았던가. 집이 멸하는 것을 달관이라고 하고 그 달관이 충분히 되었다면 죽을 준비가 된 것이고 그러면 죽게 되는 거겠지.(영화 소울 참고, 태어날 준비가 되면 태어난다는 것에 착안한 생각. 영화 소울을 보고 나는 반대로 사는 건 죽음을 준비하는 거로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ㅎㅎㅎ)


미래에 대한 낙관도 비관도 없이 하루하루 일상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 최선이고 나는 그것으로 충분하다. 하루 3끼 먹고 잠자고 일하고 주말에는 충분히 잠자고 쉬고, 좋아하는 팟캐스트 들으면서 집안일하고, 좋아하는 옷 브랜드에서 입고 싶은 옷을 사고, 가끔은 샤넬이나 디올 같은 부띠끄 매장에 가서 100만원 미만의 액서서리를 구입하는 걸로 사치를 채우고...


대의, 정의, 환경 그런 거 난 모르겠다, 이젠. 그런 거 생각하면 우울해지고 우울증 걸릴 것만 같다. 나는 그릇이 작은 사람. 그러니 그릇이 큰 당신들이 환경이나 대의를 생각하라. 난 그런 거 생각하기 싫어서 번식도 거절하고 비수도권에서 안분지족하고 사는 삶의 방식을 택한 사람...


번식에의 욕망, 성공에의 욕망으로 부글부글하는 수도권 라이프는 멀리서 보기만 해도 나는 기화해버릴 것만 같다. 


뭘 선택했든 원망 말고 행복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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