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스토커>를 보면 사람이 자식을 낳는 이유에 대한 넋두리가 나온다. 그 대사에 따르면 사람은 자신의 인생이 망해서 더이상 수습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질 때,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대리인을 만들어 그 대리인을 통해 인생을 다시 시작해서 이번에는 제대로 성공해보자 하는 생각으로 자식을 낳는 거라고 한다. 


박완서의 '자식 덕 좀 보려고' 보다 한층 더 설득력 있다.


왜냐하면 2020년이니까. 박완서 시절에는 아마도 망한 인생을 만회하기 위해서 자식을 낳는 사람보다는 자식 덕을 보려고 자식을 낳는 사람이 더 많았을 테지만, 지금은 2020년 사교육의 질이 아파트 가격을 결정하는 시절이니만큼 자식을 통한 대리성취를 바라는 이유가 더 크다고 볼 수 밖에.


살면서 단 한 순간도 내 유전자를 재생산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는 내 입장에서는 이 엉망징창 노답 투성이 세상에 자식을 낳는 사람들이 이해도 안되고 동정도 안되지만...어쨌든 내가 살아가야 하는 세상은 번식 욕구로 가득 찬 사람들이 대다수이기에 나는 오늘도 그들을 어떻게든 이해해 보려고 혹은 동정해 보려고 애쓰는 중이다. 


그들, 그러니까 그런 이유로 나를 낳은 내 부모 말이다.


박찬욱 <스토커>는 내용적으로도 영상미 측면에서도 100% 완벽하다.

눈이 즐겁고 머리가 즐겁다.

아쉽게도 12/20까지만 왓챠에서 볼 수 있다. 이후 서비스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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