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긴 나날 동안 나는 끼니를 하찮게 여기며 대체로 무시하면서 살아왔다. 영양과잉의 시대이므로 적당히 하루 한끼 정도만 제대로 챙겨 먹으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나보다. 그렇게 살아온 날들이 쌓이고 쌓여서 나를 아픈 사람으로 만들 걸 보면. 

병원에서는 사육당하는 기분이 들 정도로 밥을 자주 많이 챙겨 주었다. 하루 3끼 먹는 건 정말 고역이었지만 병원의 지시를 따르는 내에선 아프지는 않았고 여러 가지 수치들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밥과 국과 반찬을 먹는 것은 불가능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가능했다. 새벽 5시가 되면 어김없이 간호사가 나타나서 협압과 체온을 잰다. 어떤 때는 채혈도 해간다. 그리고 나는 다시 잠든다. 7시 30분 전후로 밥이 온다. 아직 눈꼽도 떼지 않았는데 침대 위에는 테이블이 놓여지고 식판이 놓여진다. 그러면 먹어야 한다. 식욕이 전혀 생기지 않지만 먹어야 한다. 최선을 다해서 먹어도 절반 정도는 남겼지만 나로서는 매일 매일 그렇게 성실히 음식을 먹어 본 적이 없었다. 


다음 외래 진료를 약속하고 그 때까지 먹을 약을 처방받고 나서야 환자복을 벗을 수 있었다. 수액용 주사바늘을 뽑아낼 때 정말 행복했다. 양쪽 팔 여기 저기에는 수액 바늘의 흔적, 채혈바늘의 흔적이 남아 있었고 앞으로도 그런 자국은 더 생길 예정이겠지만 받아들여야 할 수 밖에. 생로병사를 피할 수 있는 인간은 없으니까. 


살면서 내가 삼시에 맞게 밥을 먹는 경우는 하루 3번 식후에 약을 먹어야 할 경우 뿐이었다. 그런 경우 더라도 정식으로 밥을 먹었다기 보다는 식후에 약을 먹으라는 건 빈 속에 먹지 말라는 의미겠지라고 자의적으로 해석하면서 대충 뭔가를 위 속에 집이 넣은 후에 약을 먹는 식이었다. 그렇게 끼니를 소홀히 함과 동시에 스트레스에 노출된 채로 생활한 나의 오만과 어리석음은 나를 아픈 사람, 항상 조심해야 하는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 


의사는 커피 마셔도 된다고 했지만 미세한 전기 충격에도 조건반사적으로 대처하는 실험용 쥐처럼 나는 이제 빈 속에 커피(카페인)을 들이붓는 짓은 하지 못하는 인간이 되었다. 빈 속에 커피를 콸콸 쏟아붓는 대신 전복죽이나 밥과 국을 넣는다. 이미 죽인데도 불구하고 정말 꼭꼭 씹은 후에 삼킨다. 침 속의 아밀라아제가 나를 아프지 않게 만들어주는 특효약이라도 되는 것마냥. 


그렇게 나는 하루 3끼를 먹는(먹어야만 하는) 인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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