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란 무엇인가 1 - 소설가들의 소설가를 인터뷰하다 파리 리뷰 인터뷰 1
파리 리뷰 지음, 권승혁.김진아 옮김 / 다른 / 201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한 창작자에 대한 일화가 있다. 뛰어난 소설가였던 그는 자신은 단 한 번 글을 써서 그대로 묶어 소설로 낸다고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가 천재 작가라고 생각했다. 글이란 뛰어난 영감에 타고난 재능을 가진 사람이 쓰는 것이라는 생각의 실체가 바로 그였다. 그런데, 그의 사후 사람들은 그가 글을 쓰던 방에서 수천장의 원고지뭉치를 발견한다. 거기에는 쓰고 지운 흔적이 빽빽하게 남아있었다.

 

'퇴고'가 없는 글은 없다. 어떤 천재도 자신의 글에 처음부터 만족하지는 않는다. 때로 한 단어를 위해서 며칠밤을 고민하고 한 장을 쓰기 위해서 서른번이고 마흔번이고 같은 장을 다시 쓰는 수고를 계속하는 것. 그것이 작가들이 밥먹고 주구장창 하는 일이다. 그러면 소설이 된다. 그러니 독자들은 단숨에 읽어내려가는 그 글자 하나하나를 씹어 삼키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고, 또는 꼼꼼하게 한 자씩 씹어 삼켜야 되기도 한다. 그 두 경우 모두 각각 맛이 다름은 물론이거니와 그것이 바로 작가가 바라는 바이기도 할 것이다.

 

필립 로스는 작가들이 서로에게 얼마나 작업하는지 묻는 것은 '그도 나만큼 미쳤는지'를 확인하고 싶은 것일 뿐이라며 이 질문에 대답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의 말대로 인터뷰에서 본 작가들은 모두 조금씩은 미쳐있었다. 때로는 하나의 주제에, 구조에, 아름다움에. 그리고 그것들이 모두 자신의 언어로 표현되도록 하기 위해 애썼다. 하루에 몇 시간이든 더 긴 시간이든 오로지 자기 방에서든 여행을 하면서든 서서든 앉아서든. 이런 구체적인 방법이 무슨 상관이랴.

 

움베르토 에코, 오르한 파묵, 무라카미 하루키, 폴 오스터, 필립 로스, 밀란 쿤데라, 이안 매큐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어니스트 헤밍웨이, 레이먼드 카버, 윌리엄 포크너, E.M. 포스터까지. 과거로부터 지금의 시대에도 여전히 유용한 이름들을 만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래서 특히 이 책은 천천히 조금씩 읽었다. 각 소설가의 인터뷰는 그들의 개성이 담겨 있어서 그의 작품을 많이 읽었으면 읽었을수록 더 재미있게 읽혔기 때문이었다. 반대로 인터뷰를 읽고 다시 소설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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