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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태곳적부터의 이모티콘 ㅣ 길담서원 청소년인문학교실 2
이유명호 외 지음 / 궁리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길담서원의 한글자 인문학 책을 주욱 읽어가면서,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한글자들이 참 많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 중에서 '몸'을 주제로 한 이 책은 태어나고 자라고 살며 죽는 모든 일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책을 이렇게 읽고 기록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은 내 '몸' 덕분이니 절대로 과한 평가가 아니다.
책에서는 '몸'에 대해 흔히 생각하는 '성'과 '움직임'에 관한 이야기가 물론 실려 있다. 그러나 그 뿐 아니라 '생명', '소통', '사고',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그 중 나의 마음을 끌었던 이야기는 '늙음'에 관한 것이었다.
'늙는다는 것'처럼 서러운 일이 없다. 우리는 '늙는 것'이란 '대비'해야 할 것. 되도록 늦춰야 할 것. 소모된 상태. 로 생각한다. '늙음'의 최후는 '죽음'이므로. 이것을 기대하지도, 바라지도 않는다. 그리고 젊을 대의 어떤 상태가 늙을 때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미 겪을 것을 다 겪었으니, 설렘도, 부끄러움도, 없으리라. 짐작한다. 겪은 이들이 설명하기에는 이미 지나버렸고, 겪지 않은 이들은 그저 추측할 뿐인 모두의 미래. 강의자는 치매인 어머니와 함께 시간을 천천히 보내고 있는 자기의 생활을 이야기해준다. 노인을 위한 공연. 노인을 위한 시설은 없다. 왜냐하면 그들을 위해 돈을 쓰는 사람이 없으니까. 라는 말은 왜 경제논리가 우리의 삶을 지배해서는 안되는지를 설명해준다.
누구나 늙는다. 몸은 서서히 소모된다. 하지만 인간은 소모품이 아니다. '몸'이 없다면 무엇도 의미있는 것이 될 수 없다. 그러니 어떻게 소홀할 수 있을까. 나의 몸을 소중히 하는 것과 남의 몸을 소중히 하는 것 젊은 몸이든 늙은 몸이든 존재로서 가치있게 대할 수 있는 것. 이 책은 그런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