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 전통육아의 비밀
EBS <오래된 미래 전통육아의 비밀> 제작팀.김광호.조미진 지음 / 라이온북스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육아는 감성적이고 본능적인 거예요.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지능적으로만 하려고 해요. 육아는 자신의 감성과 내면의 관계를 이해해야 해요. 아기가 울면 기분이 어떤가요? 분명 안아주고 싶을 거예요. 그런데 왜 그렇게 하지않죠? 어서 안아주세요. 안아줘도 괜찮아요."

pp.202-203

 

둘째 아이를 키우면서 집에 있다보니 보게 되었던 다큐멘터리가 책으로 나왔다. 포대기에서 시작해서 단동십훈까지.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아이를 편안하게 키우는 방법은 우리 전통적인 육아방식에 있다고 하는 사실을 알게되었고 훨씬 마음이 편안해졌다. 첫아이를 키우기 위해 여러 육아서적을 뒤지다가 시간에 맞춰 아이를 먹이고 재우고 엄마의 시간을 확보하라는 기계적인 글을 만났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엄마의 시간을 확보하여 모두가 편안해진다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나는 그렇게 할 수 없겠다는 생각만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나는 그 책에서 요구하는 사항들을 전혀 지키지 못했다. 나의 본능은 아이를 많이 않아주고 열심히 스킨십해주라는 책들에 더 귀를 기울였고, 아이를 품에 안고 재우면서 새근새근 숨소리를 들을 때 본능적으로 더 행복했다.

 

마더쇼크에서는 엄마가 본능이 아니라고 한다. 겪어본 바로는 맞는 말이기도 하다. 엄마가 된 다음에 자연스럽게 엄마로서의 모성이 마구 발현되는 사람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대개는 엄마가 되기 이전에 가졌던 생활을 포기해야하는 상실감과, 집에서 아이와 계속 있으면서 받게 되는 스트레스가 엄마로서 아이로 충분히 만족하지 못한다는 죄책감과 함께 밀려들어왔다. 하지만 한편으로 엄마는 본능이기도 하다. 아이를 지켜보면서 함께 먹고, 자고 스킨십을 하면서 그 전에 만났던 어떤 존재보다 아이를 사랑하게되는 자신을 느끼면서 이게 엄마로구나 실감하기도 한다. 세상에 어떤 다른 존재가 그 대신일 수가 없다. 결론을 내리자면,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엄마로서의 본능이 깨어나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키우면서 점점 엄마로서의 본능을 찾아가는 것이다.

 

전통육아는 엄마로서의 본성을 찾아가게 해 준다. 엄마는 자기 본능대로 아이를 보호하고 양육하면서 당연히 편안할 수밖에 없다. 아이의 욕구와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면 아이가 보채고 울더라도 엄마가 당황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아이가 우는데 엄마가 인터넷을 뒤져서 해결책을 찾아야한다면 그 유예된 시간동안 엄마와 아이가 얼마나 불안할 것인가.

 

다양한 유아서적들을 읽어보면 엄마들도 느끼게 될 것이다. 어떤 조언이 가장 편안한지. 엄마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솔깃한 조언이나, 아이가 똑똑해진다는 여러 조언들에도 내 본능이 불편하게 반응했던 것처럼.

 

첫아이를 키울때 '손탄다'는 주변 조언에 이렇게 대꾸한 적이 있다. "어차피 크면 내가 안고 싶다고 안을수 있는 것도 아닌데, 이때 손좀 타면 어때요."라고.

 

아이는 엄마가 원하지 않아도 점차로 독립적 존재가 되어간다. 어느 순간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지 않을 수도 있다. 중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엄마 옆에 붙어서 엄마가 안아주고 업어주기를 바라는 아이는 없다. 그리고 더 크면 엄마가 안아달라고 요구해도 쑥스럽다고 외면하는 아들을 만나게 될 지도 모른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아이가 다 커서 어른이 된 다음에 내가 아이를 안고 싶다고 할 때 아이가 이렇게 해 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아이를 안아준다면. 그럼 아이가 안아달라고 할 때는 언제든 안아주게 될 것이다. 나중에 엄마 꼭 이렇게 안아줘~라면서. 아직도 스킨십이 그리운 엄마의 욕심인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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