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슨 일 하며 살아야 할까? 길담서원 청소년인문학교실 1
이철수 외 지음 / 철수와영희 / 201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직장을 다니면서 깨닫고 놀라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내가 '노동자'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책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나역시 정규교육과정을 통해 '노동'과 '노동자'에 대해 배운 적이 없었고, 당연히 '노동자'라는 단어를 그 의미 그대로 이해하기 보다 몸을 쓰는 일에 종사하는 일부 소수의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노동'과 '노동자'는 그보다 폭넓은 의미의 단어였고, 공부를 열심히 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전문직이라고 하는 직장을 가졌음에도 내가 '노동자'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실감해야만했다. 일을 하기 시작하면 깨닫게 된다. 이 사회에 '노동자'가 아닌 사람은 아주 드물게 존재하는 몇 몇 '자본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아쉬운 것은 '노동자'라고 생각하면서도, 대개의 사람들이 그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려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전문가', '프리랜서', '개인사업자' 등의 단어가 '노동'을 가리고 있다. 그래서 일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소비하는 사람으로서, 월급을 받는 사람임에도 투자하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가치를 찾고 그를 위한 사회가 만들어지는 것에 대해 전혀 거부감을 갖지 않는 데 문제가 있다. 우리는 '노동자'이지만 '자본가'를 위한 사업에 훨씬 너그러운 것이다.

 

길담서원에서 마련한 청소년 인문학교실인 '일'에 관한 강의에는 청소년들이 어떤 일을 선택하면 좋을지에 대한 이야기 뿐 아니라 현재 시점에서 청소년 노동자로서는 어떤 삶을 살고 있으며 어떤 권리를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걸어가야 하는 '노동자의 길'을 위해서는 어떤 사회가 마련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강의가 실려 있다. 청소년 인문학이지만, 성인들에게 시사하는 바도 많다. 이 책을 통해서 독자는 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프레임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프레임을 통해 바라본 사회는 이전의 사회와 분명 다를 것이다. 큰 틀을 인지하는 힘을 가져야 사회구조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다보면 사소한 문제도 더이상 사소하지 않게 된다. 무슨일을 해야할지 고민하는 사람뿐 아니라 이제서야 자기가 노동자임을 깨달은 모든 이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부모님이 모두 노동자인 집안에서 자랐으면서도 20여 년 동안 노동 문제에 대해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는 거죠. 어떻게 이러한 사회를 정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 다른 나라들에서는 초등학생 정도면 다 배워서 아는 내용인데요." p.19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