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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인문학 - 머니 게임의 시대, 부富의 근원을 되묻는다
김찬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1월
평점 :
종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분명히 알면서도 모두가 좋아하는 것이 돈이다. 돈의 가치는 그 자체에 있다기 보다는 그것이 환산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에 있다. 돈이 있다면... 으로 시작되는 바람에는 그저 돈이 축적되어서 좋다기보다는 그것으로 환산할 수 있는 가능성이 늘어나는 데 대한 충족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무엇보다 돈을 좋아하고, 많아도 더 있기를 바라는지도 모르겠다. '무한한 가능성'이란, 어린이들에게 꿈나무라며 붙이는 호칭이기보다 돈에게 보내는 찬사일 때 더 어울리는 것 같기까지 하다.
이러한 돈이 어떻게 생겨났을까. 그리고 현재 돈의 가치는 어디까지 와 있는 것일까. 돈의 가치에 기반한 자본주의 사회는 어떤 방식으로 유지되어왔으며, 현재 발생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은 어떤 것들이 실행될 수 있을까. 이러한 물음에 대한 대답이 이 책에 담겨있다.
"자본주의의 경쟁력은 비자본주의적인 영역들이 얼마나 건실하게 작동하느냐에 따라 보장된다. 이것이 바로 자본주의의 역설이다." p.175
오늘날 자본주의는 생태계,사회관계,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서비스 등과 같은 비자본주의의 영역을 갉아먹으면서 성장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 하지만 주지했던 것과 같이 이러한 비자본주의영역이 축소될수록 우리의 자본주의구조는 아래층이 빈약한 불안정한 형태를 띨 수밖에 없고, 결국 자본주의가 가진 단점에 잡아먹히는 수밖에 없다. '돈만 있으면 살기 좋은 나라'라는 냉소적 평가가 말해주는 것처럼 우리 사회는 돈이 돈 이상의 가치를 가지면서 삶을 황폐화시키고 있다. 한 사람의 수입으로 자녀를 키우기 힘들다는 호소와 살기 힘들어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절규가 개개인이 열심히 살아야한다는 어처구니없는 결말로 끝나는 것은 우리 사회가 비자본으로 해결해야할 것까지 모두 자본으로 해결하려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종종 사회의 잘못을 개인의 잘못으로 오해해버리는 것이다.
돈이 흐르게 해야한다는 저자의 마지막 말은 그래서 울림이 있다. 적은돈이라도 벌면 쓰라는 말로 이해해서는 안된다. 사회적 자본의 영역을 확대하기 위한 구조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누군가가 축적해 놓고 대외적으로 우리나라 국민 생산이니 수입이니 떠들어대는데 필요한 수치가 아니라 우리 내부에서 공공재로 흘러다니는 돈이 생겨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야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에 퍼져있는 가느다란 모세혈관에까지 숨쉴수 있는 산소가 공급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