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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속물들
오현종 지음 / 뿔(웅진)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가벼운 마음으로 들었던 소설이다. 쉽게 읽힐 것 같은 느낌이었고 그야말로 빠르게 읽어나갔다. 최근의 소설들이 다루는 인물들이 여기 역시 등장한다. 속물이라고 생각하지만 어쩔 수 없이 물질에 매여 사는 인물들. 다른 점이 있다면 여기 속물들은 솔직하게 자신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 속물이면서 아닌 척 하는 것보다 이편이 훨씬 더 솔직하고 당당하다고 여기는 것일까.
가난한 20대가 나는 낯설지 않다. 친구들 사이에서 돈때문에 소외당했던 경험도. 아니 그들이 나를 소외했다기 보다는 돈이 나를 소외시켰었다. 그때의 나도 속물이었다. 그리고 지금 역시 그렇다.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우리는 점점 더 세련된 속물이 되어가지 않는가.
아이의 이름을 기란과 토란으로 지었던 낭만적이었던 아버지가 운전기사를 하다 만난 여인과 그녀의 돈을 따라가는 속물의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걸린 시간은 얼마일까. 그 세대에게는 꿈꾸던 20대라도 있었던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이제 이 세대들은 이미 꿈을 거치지 않고 바로 현실에 내던져진. 20대에 50대의 현실감각으로 살아가는 속물들이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