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잡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나쁘고 또 나쁜 상황의 연속. 이보다 더 나쁠 수도 있을까 싶은 삶의 구렁. 네드가 도착한 곳은 바로 이 구렁의 끄트머리쯤 될 것이다. 잘 나가는 광고 업체의 '대장'소리를 듣던 이가 어찌어찌해서 손 써 볼 새도 없이 돈세탁하는 배달부가 되는 과정은 너무도 어이가 없을 정도이다. 사실 이렇게 어이 없는 전개는 모두 네드가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다. 우리 삶에서 절박함이란 평소 모습이 어떤 사람이든간에 충분히 무력화 시키고, 또한 바보처럼 만들어버리는 독이다.

 

삶을 제대로 유지하기 위해서 우리가 취해야 할 것은 너무나도 많다. 네드는 자신이 추구하는 '중심가'의 삶을 위해서 많은 것을 신경쓰며 살아왔다. 그러나 그가 그토록 소중히 지키고 악착같이 부여잡고 있었던 것을 사라지게 하기 위해서는 그다지 많은 방식이 필요하지 않았다. '해고' 한마디면 된다. 이 한마디를 위해서 필요한 것도 역시 그다지 길지 않다. '구조조정'이다.

 

소설이기 때문에 네드는 드라마틱한 굴곡을 겪었지만, 우리 인생에서 이 이후의 삶은 굴곡을 겪지 않아도 바닥이기 쉽다. 직장인들에게 이 이야기는 죽음이 없어도, 음모가 없어도 충분히 공포스러운 이야기일 수 있을 것이다.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 '위험한 관계'와 '빅 픽처'에서는 볼 수 없는 다정한 부부가 나오는 것도 장점이다. 그리고 결국 가정이란. 아내란.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들이란 우리를 인생의 바닥에서 끌어올려주는 동아줄이란 사실도 함께 확인해 볼 수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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