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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지음 / 이성과힘 / 200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한동안 읽다가 다른 책을 읽어야 하는 바람에 놓았던 기억이 있는 책이다. 읽으면서 답답한 마음이 들어 읽기 힘들다는 사람들도 있는 그런 책인만큼, 나역시 읽는 동안 내내 불편했다. 여기 나오는 동네와 비슷한 동네에서 비슷한 상황을 겪어야 했던 것은 이미 우리 어머니 세대가 되었다. 가끔 어머니에게서 당시의 공장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었다. 소설에서보다는 덜했지만, 생활하기 좋은 공간이었다고는 결코 생각하기 어려운. 그런 이야기였다.
이 작품이 힘든 이유는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혹은 그보다 더한 이야기가 우리 역사속에 존재했기 때문일 것이다. 구조의 복잡함. 시간의 역전.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상징들보다는 그 사실이 이 책을 읽기 어렵게 했다. 우리 세대가 이어받은 부끄러움. 그럼에도 여전히 어려운 이들의 생활보다 나의 생활이 우선인 우리들에게 던지는 난장이의 공. 추락과 어둠. 강했던 그들은 여전히 강하게 살아가고 있으리라는 자괴감.
시대의 아픔을 다룬 작품은 내용 그 자체로도 의미있는 것이지만, 난쏘공은 그 위에 구조적 아름다움을 더해 예술작품을 만들어냈다. 사실을 드러내기 위해 환상을 도입하는 방식이나 사회를 드러내기 위해 논리적 수학 개념을 가져오는 방식은 기존의 소설에서 한층 더해진 미적 감동을 자아내는 도구이기도 하다.
한 번 읽고 이해하기보다 여러 번 읽으면서 곱씹어야 할 작품으로 추천할 책이다. 그리고 난장이가 날린 공을. 그의 이상이 과연 우리 세대에는 존재하고 있는지 두고두고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