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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Q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 1
조엘 디케르 지음, 윤진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가들은 소설을 어떻게 쓰게 되는 것일까. 대개 소설가들은 천재적인 사람들이고, 그들에게는 일반인들은 가질 수 없는 소설적 영감을 갖고 있어서 그 영감이 저절로 글을 쓰게 해 주는 것으로 묘사된다. 과연 그럴까. 생각보다 그들은 치열한 연습과 오랜 훈련을 통해 길러진 투사들은 아닐까. 이 소설에서 마커스와 해리가 꾸준히 권투를 하는 장면이 자꾸만 등장하는 것은 소설가의 이런 전쟁같은 훈련을 묘사한 것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권투에서처럼 소설에서도 역시 처절한 패배가 존재한다는 것. 그 패배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해리가 패배하고도 일어설 수 있는 사람으로 마커스를 성장시키는 모습은 청출어람이라고 부르기보다 그 이상의 여운을 남긴다. 정말 누군가는 타고나는 것일까. 그를 성장시킬 수는 있어도 스스로 성장할 수는 없었던 걸까. 해리의 마지막 순간이 안타까운 이유이다.
서른 넷의 나이에 만난 소녀. 놀라와 해리의 관계, 저명한 소설가에게 생긴 치욕적인 살인 누명. 겉으로 드러난 이야기는 이렇듯 추리소설의 껍질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이 이야기는 소설에 관한. 소설가에 관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우리가 외면해버린 진실들과, 무심히 지나치던 생활들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하였다. 추리소설로 보였던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은 실로 오랜만의 일이다.
어떤 소설을 기대하더라도, 그 기대를 충족시켜줄 만한 작품이라고 말 할 수 있는 책이었다. 기대없이 읽어도, 기대하고 읽어도 재미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