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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 무엇이 가치를 결정하는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기순 옮김, 김선욱 감수 / 와이즈베리 / 2012년 4월
평점 :
"시장은 단순한 메커니즘이 아니다. 그것은 특정 규범을 나타낸다." p.98
우리는 사회가 시장을 포함한다고 생각한다. 근거는 딱히 없다. 그러나 만약 사회의 모든 부분들을 도식화해서 그려보라고 한다면 누구나 상식적으로 당연한 듯이 사회를 크게 그리고 그 안의 부분으로 시장을 혹은 경제를 그려넣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난 후 사회를 그린다면 시장은 그 안의 부분이 아니라 사회와 동일한 크기를 갖거나 혹은 사회를 포함할 것이다. 요즘 우리가 사는 시대는 그렇다.
사회의 모든 부분이 시장에 잠식되어있다. 그것은 산업사회 이후 꾸준히 증가해왔다. 과거에 가지고 있던 시장적이지 않았던 부분들까지 모두. 책의 첫부분 줄서기에서 바로 이러한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순서대로 주을 서서 기다리는 것은 합리적이며 도덕적인 규칙이다. 이러한 규칙에 금전이 끼어들 여지는 없어보인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가. 새치기는 교묘하거나 혹은 대담한 방식으로 이 줄서기에 금전을 보탠다. 돈을 받고 대리로 줄을 서 주는 것이나 일정 금액을 더 부담하고 줄서기에서 해방되는 것은 도덕적으로 어떤 점에서 문제가 되는가. 이에 대해 조금은 명확한 답을 내놓을 수 있다면 다음으로 넘어가 인센티브는 어떠한가 개인의 건강에 대해 국가가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
샌델은 이 책 여러 부분에서 부패에 관해 언급한다. 이 용어는 단순히 변질을 의미하는 것이아니라 '가치있는 것을 그 가치보다 낮게 평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부패의 개념은 모든 도덕적 문제를 다룰 때 사용된다. 어떠한 가치를 상업적으로 대체해도 되는가. 그 대체된 상업성이 본래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을 정도인가를 따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음 장에서 다루게 되는 것이 도덕을 밀어내는 시장의 논리이다. 선의로 행하는 일에 대해 금전적 보상이 따른다면 과연 선의일까 거래일까. 이 책에는 단순한 물음이지만 점자 복잡해지면서 우리의 눈속임을 가능케하는 시장의 도덕잠식을 현상으로 보여준다.
기존의 샌델의 책은 학문을 다루고 있다. 정의란 무엇인가나 왜 도덕인가를 읽어보면 현상을 다루고 곧 그에 대한 이론을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철학이론에 대해 공부하고 싶다면 읽어보면 좋은 책이다. 반면에 이 책은 현상과 그 현상에 대한 질문으로 이루어져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전의 책들보다 좀 더 속도감있게 읽을 수 있다. 우리 주변의 모든 것들이 시장지배하에 놓여가고 있는데 우리는 이러한 사실에 무감하거나 무비판적이기 쉽기 때문이다. 이를 문제의식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힘을 이 책이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