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집을 발로 찬 소녀 1 밀레니엄 (뿔) 3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그녀는 불현듯 모든 것이 끝났음을 깨달았다. 그녀가 태어난 날에 시작된 이야기는 이 벽돌 공장 안에서 종결된 것이다. " p.474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에서 시작한 길고 긴 리스베트의 여정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이번 여정은 기존의 것보다 훨씬 더 어려웠다. 이번에는 법적으로 꾸준히 불리한 위치였던 그녀가 바로 그 법을 이용해서 반격을 해야했기 때문이다. 어둠속에서 키보드 자판을 통해 얻은 것들을 무기삼아 활약했던 때와 달리. 그녀가 혐오해 마지않는 그들의 앞에 서서 그들을 고발하기 위해 변론을 해야한다. 과연 그녀가 그렇게 정상적인 법적 절차를 잘 밟아나갈 수 있을까. 책의 첫머리부터 내가 걱정했던 것은 바로 그것이었다.

3부 1권에서 리스베트는 병원으로 실려온다. 2부의 끝에서 연결된 일이다. 미카엘은 다그 스벤손과 미아베리만을 살해한 리더만을 결박했고, 리스베트와 그녀의 아버지 살라첸코는 병원에 가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끊임없는 범죄를 일으켰던 악의 화신 살라첸코는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노인으로, 그의 범죄와 국가의 묵인 아래 끊임없이 희생되었던 리스베트는 3중살해의 혐의를 지닌 용의자로 누워있는 장면은 그야말로 블랙코미디의 한 장면같다.

이 블랙 코미디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정신나간 경찰은 미카엘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리더만을 잡는 데 순진한 경관 둘을 보내 끝내 죽게 만들었고, 검사는 리스베트가 결백하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에도 의심을 거두지 못한다. 리스베트에게 불리할 것 같은 이 환경에서 그녀에게 도움을 주는 수사를 진행하던 세 팀은 점차 하나로 결집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미카엘이 드라간 아르만스키와 손을 잡았고, 드라간 아르만스키는 세포의 헌법수호부 수장을 만나 사건에 대해 알리게 된다. 그로 인해 사건의 핵심을 수사하게 된 모니카 피구에롤라는 미카엘과 합심하여 많은 부분에서 의문점을 해결해 나가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부불란스키팀까지도 협력한다. 이렇게 많은 협력이 이루어지는 동안 이제 기울어가는 세포의 섹션팀은 극단적인 방법까지 선택한다. 그리고 이 선택은 결국 그들을 침몰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리스베트의 수사 외에도 이번에는 에리카 베르예르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밀레니엄을 떠나 smp에 스카우트된 그녀는 생각보다 편집장의 일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어쩐일인지 그녀를 스토킹하는 변태까지 등장한다. 그로 인해 심한 충격을 받은데다 자신을 스카우트 해 온 인물의 비도덕적 행위들이 드러나자 결국 다시 밀레니엄으로 돌아온다. 그 와중에 그녀에게 도움을 준 리스베트와 그녀 자신이 훌륭하게 그 어려움에 맞서는 장면들은 두 여자가 또 다른 '여자를 증오하는 남자들'에게 통쾌하게 한방 먹이는 스토리가 된다.

어떤 남자들은 에리카의 경우처럼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는다고 여자를 증오한다. 그리고 또 어떤 경우에는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갖고 있는 그녀들을 증오하기도 한다. 사랑해서 괴롭히기도 하고,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서 그러기도 한다. 결국 여자를 증오한다는 것은 힘있는자가 어찌해도 되는 폭력의 논리를 말함이다. 국가는 그러한 힘있는자의 논리에 맞서 힘없는자를 지키기 보다는 힘있는 자의 힘을 이용해 더 커지려는 야망으로 힘없는 누군가를 희생시켜왔는지도 모른다.

그녀들과 그녀의 기사들이 승리했다. 그러나 섹션의 패배가 그들이 강성할때가 아니라는게 좀 아쉽다. 만약 과거에 그들이 가장 기세좋을 때라면 어땠을까. 그 때도 이렇게 법의 위력이 발휘될 수 있었을까. 이미 노인이 되어 죽을 날짜까지 받아 놓은 그들에게 어쩌면 별 의미는 없는 일이 아닐까. 물론 오랜 시간동안 남아 불필요한 범죄에 악용된 섹션이 사라지는 것. 그리고 범죄의 희생자로서 리스베트가 다시 자신의 삶을 살게 된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그래도 좀 씁쓸하게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보다 더 아쉬운 것은 이 두사람의 활약을 더이상 읽을 수 없다는 데 있다. 읽으면 읽을수록 3부로 끝나서는 안되는 소설인데 ㅠㅠ. 그의 필력에 버금가는 누군가가 더 써 줄 수는 없는 걸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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