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1 ㅣ 밀레니엄 (뿔)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두 개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어느 지점에서 만날듯 만날듯하게 꼬이는 두 개의 DNA고리. 밀턴 시큐리티에서 시작된 리스베트 살란데르의 이야기와 밀레니엄 잡지사에서 일하고 있는 폭탄기사 전문(^^;) 미카엘 블롬크비스트. 중년의 편안한 인상을 가지고 있는 그와. 처녀지만 소녀의 몸을 가진. 누구도 편안하게 만들어주지 않는 그녀는 아주 묘한 조합이면서 동시에 독자의 흥미를 이끌어내는 데에 아주 적절한 조합이기도 하다.
이 추리소설을 잘 읽으려면 몇 가지의 스토리 전개를 머릿속에 그려놓아야 한다. 하나는 리스베트의 삶이고, 하나는 미카엘의 삶. 그리고 하나는 실종된 하리에트를 둘러싼 방예르 가문의 삶이다. 이 셋은 전혀 독립적으로 이어져내려오다가 이 소설에서 만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적인 각 이야기가 만나기 이전의 지점들을 잘 기억해 두자.
오랜 기간 여자는 남자들에게 필요한 대상이면서 동시에 소유하고 싶은 대상. 그리고 증오의 대상이었다. 그걸 그저 증오라고만 표현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갖고 싶지만 어찌할 수 없는. 근본적으로 미숙한 인간들에게 생기는 자기파괴본능의 발현이. 비교적 쉬운 대상인 여자들에게 표출된느 것일까. 대개 여자를 괴롭히는 남자들의 특징이 감정미성숙아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아마 그런 듯도 하다.
이 작품에서도 여러 남자들이 등장하고, 그 남자들은 하나같이 여성들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남긴다. 가장 크게는 그녀들을 죽음으로 이끌어간다. 한 세대에서는 그것을 성경적 해석으로 덮어 정당화하려했고, 그 다음 세대에서는 그것도 필요 없이 그저 고통을 줄 수 있는 자신의 역할을 즐겼다. 어느쪽이든 미카엘의 해석대로라면 인간답게 살 기회를 놓쳐버린 이들의 어리석은 선택일 것이고, 리스베트의 해석대로면 그저 어쩔 도리없는 쓰레기일 것이다.
이 소설에서는 하리에트의 인생을 구해냈지만 못지않게 남자들에게 상처받은 영혼인 리스베트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그년느 어째서 이토록 단단한 껍질 안에 들어앉아 있게 된 것일까. 그녀 자신은 감추고 미카엘은 '장애'중 하나라고 슬며시 진단한 그녀의 능력은 어떻게 생기게 된 것일까. 아주 미래의 이야기는 작가의 유고로 기대할 수 없게 되었지만, 곧 읽을 수 있는 2부에서는 그녀의 이야기가 전개될테니. 또 밤을 새울 각오로 책장을 펼쳐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