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헤스, 문학을 말하다 - 개정판 르네상스 라이브러리 3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박거용 옮김 / 르네상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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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우리가 시를 읽을 때마다 생겨난다." p. 16

 

보르헤스를 알게 된 것은 어느 날 누군가의 입을 통해서였다. 정확한 맥락을 짚어낼 수는 없지만 어느 대화에 인용되었던 그의 이름을 듣고 막연히 저 작가의 글을 읽어봐야지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의 글을 찾아 읽은 후에는 다시 그의 글들을 '모두' 읽어야지 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결과 읽게 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그의 강연을 모은 책. 그의 살아있는 입말이 담긴 책. 그리고 읽으면서 계속 나로 하여금 여러가지 욕구를 샘솓게 만든 책.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이것이었다. 영어를 잘했으면도 아닌 영문학을 알았더라면. 제대로 하려면 절대적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저 욕구로 끝나버릴테지만 그렇더라도 은근히 바라게 되었던 것이었다. 그랬더라면 그의 강의를 읽으면서 좀 더 감동받지 않았을까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문학을 모르더라도 이 책은 문학 전반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이 읽는다면 지적인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특히 은유에 대한 강의가 재미있었다. 그가 삶을 문학으로 사는 것이 어떤 것이구나를 알게 해주었달까.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단어들은 사실 은유의 한 형태이며, 또 그렇기 때문에 언어로 이루어진 우리의 삶 전체가 결국은 은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을 깨닫고 사는 사람의 삶은 또 얼마나 문학적일까. ^^ - 무수히 많은 은유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그의 계산은 움베르토 에코의 전날의 섬에 나오는 은유상자를 떠올리게 했다. 무작위 단어들을 서로 배열해서 묶어 은유를 만들어내는 기계인 은유기계는 한편 우스꽝스럽지만 한편 매우 진지하게 그럴듯하지 않았던가!

또 하나의 욕구는 이것이었다. 아마도 이건 전 것보다야 좀 쉬울지도 모르겠다. 그가 강연에서 사용한 것처럼 자유롭게 문학 작품을 인용할 수 있게 되는 것. 해설에 보니 그의 기억력은 진정 대단했다고 하는데 그건 단지 기억력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사랑했는가의 문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말미에 들었다. 사랑하는 것은 오래 기억하기 마련이니까. 그래서 자기 문장은 기억하지 못했는지도 (^^) .

 

그의 강연이 쉽게 읽히지는 않았다. 유머있는 글이기 때문에 심지어 중간중간 낄낄대며 읽었는데도 그랬다. 자세히 설명한 글이아니라 읽으면서 어느정도는 느끼고 어느 정도는 스스로 이해해야 다음 문장으로 넘어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르헤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문학을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면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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