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코비츠들과 본성을 나누다-넌 동물이야 비스코비츠

넌 동물이야, 비스코비츠! ㅣ 민음사 모던 클래식 29
알레산드로 보파 지음, 이승수 옮김 / 민음사 / 2010년 6월

이 책은 동물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작가가 생물학을 전공한 만큼 동물들의 독특한 삶의 방식을 묘사하고 있어 인간의 모습을 연결하면 날카로운 풍자가 되기도 하고, 환상소설처럼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 일을 읽는 것 같은(동물의 세계에서는 늘상 있는 일일 것임에도 불구하고) 느낌을 주기도 한다. 

비스코비츠는 여기 나오는 여러 동물들의 수컷의 이름이다. 그는 첫 이야기에서 겨울잠쥐로 등장하지만 그 다음 이야기에서는 달팽이가 되기도 하고, 엘크였다가 수도승개가 되기도 한다. 어차피 모든 동물의 남성형을 수컷으로, 여성형을 암컷으로 부른다면 이야기에 나오는 주인공을 모두 비스코비츠라고 부른다고 해도 문제는 없을 것이다. 

겨울잠쥐 비스코비츠는 현실을 지옥이라고 부르며 자신의 꿈에서 왕노릇하는 생활을 즐긴다. 꿈을 꾸기 위해서 삶을 겨우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리우바라는 암컷의 꿈이 만들어낸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다. 삶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우화이다. 

개미 비스코비츠와 풍뎅이 비스코비츠는 자신의 삶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무슨 일이든 서슴지 않고 하는 인간의 모습을 풍자한다. 이 두 곤충이 비참한 마지막을 만나게 될 때 우리는 인생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정신에 있음을 깨닫게 된다. 아름다운 것을 먹고 살도록 만들어졌지만 쇠똥구리처럼 더럽게 살게 되는 것. 쓸모없다고 생각했던 유충의 신세보다 더 못한 인생을 살았다고 평가될 수도 있다는 것. 우리가 삶에서 중요한 것을 놓치고 맹목적으로 성공을 쫓았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최후이다. 

자신의 본성과 이성 사이에서 고뇌하는 비스코비츠들도 등장한다. 채식주의자 사자와, 살육을 두려워하는 전갈, 평화롭게 살고 싶은 상어 비스코비츠들은 자신의 본능을 억제하고 문명화된 삶을 원하지만 그렇게 되지 못한다. 반면에 본성대로 살고자 하지만 안타깝게도 문명화되어버린 돼지도 등장한다. 그는 돼지처럼 살고 싶었지만 인간을 한번 흉내냈던 탓에 다시는 돼지처럼 살수 없게 되었다. 

이밖에도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해 자신의 본능적인 삶에 반기를 들기도 하고 본능에 충실하고자 스스로의 몸을 버리기도 한다. 수도승 개의 이야기는 일종의 추리소설과 같은 재미를 주었다. 마지막 반전에는 나도 깜짝 놀랐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0시를 향하여'같은 느낌이랄까... 거기서도 분명 범인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을텐데. ㅡㅡ; 이번에도 범인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을텐데. 아무래도 난 추리의 재능은 없는듯하다. 

신기하게도 작가는 동물들의 이야기를 그저 하는 것 뿐인데, 읽는 이로서는 자꾸 생각을 하게 된다. 그것도 결국은 무엇이든 인간의 입장에서 이해하고자 하는 인간 본성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 <알레산드로 보파, 넌 동물이야, 비스코비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