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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아이 사이 ㅣ 우리 사이 시리즈 1
하임 기너트 외 지음, 신홍민 옮김 / 양철북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감정은 허용하되, 행동은 제한한다.' - p. 189
내가 다양한 육아지침서를 읽으면서 딱 하나 잊어버리지 않고 지켜야 할 규칙을 꼽아야 한다면 이것이다. 책마다 이것저것 다양한 상황과 그 때 부모의 대처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결국 대원칙은 이것이 아닐까 싶다. 아이의 감정은 받아주되, 그것을 표현해 내는 방법은 통제하여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게 하는 것. 이 하나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사실은 그토록 많은 방법론이 필요한 것이다. 말이 쉽지. 감정을 받아주는 것.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그건. 부모에게도 '감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말을 부모에게 적용하자면... 부모의 감정을 다스리고 행동을 객관적으로 보라. 는 것이 될텐데. 자기 자식의 행동이 객관적으로 보아지지 않는 데데가... 자기 자식의 감정에 대해 민감한 부모의 입장에서 스스로의 감정을 다스리는 것 자체가 잘 안된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 이르러 상담가들이 자신의 아이에게는 도무지 자신의 직장에서 아이들을 대하는 것과 같은 방법을 사용하지 못하겠다는 하소연을 나누는 것을 보면 그래그래.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런 훈련을 해야한다. 부모가 감정을 다스릴 수 없다는 건. 아직 어른으로서 덜 성숙했다는 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를 기른다는 것은 어른으로서 성숙해져야만 잘 해낼 수 있는 고도로 세심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여러번 나오지만 아이는 마르지 않은 시멘트와 같아서 어른의 행동이 그대로 찍혀버린다. 부모라면 누구나 아이에게서 자신의 화났을 때의 모습을. 자신이 아이를 야단칠 때의 모습을. 혹은 자신의 좋지 않은 말버릇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아이 시멘트가 자신을 복사해버린 것이다. 그런 아이에게 너는 왜 화를 다스리지 못하느냐고 소리쳐봤자, 메아리처럼 나에게 되돌아오게 될 지 모른다.
이 책은 아이의 마음을 읽어볼 수 있는 다양한 상황들이 제시되어 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부딪히는 상황들 중에서 아이가 갖고 있는 마음은 무엇인지. 그럴 때 아이에게 부모는 어떻게 말 해줘야 하는지. 부모들이 잘못 말하고 있는 부분은 어떤 것이며, 그 말은 아이에게 어떻게 해석되는지. 아이의 질투와 성을 다루는 방법도 나와있다. 그야말로 고전답게 일반적인 내용과 상황별 내용을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고 보면 된다.
어쩌면 이 책을 따라하다가 스스로가 인위적으로 보여서 닭살이 돋거나 아이에게 뭔가 끌려가는 기분이 들어 포기하고 싶어질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생각해보라. 어떤 일을 하든 우리는 그 일에 가장 적당한 방법을 찾는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계속하다보면 당연한 일 같고 전혀 어색하지 않다. 한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 중차대한 일에 적당한 방법을 찾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어색하더라도 계속 하다보면 당연한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