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본능적으로 타인에 대해 알고 싶어한다. 남에게 관심없는 사람이 있겠지만 그것은 개인의 차이일 뿐 자신에게 의미있는, 혹은 의미있어질지도 모르는 타자에게까지 무관심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태어나자마자 부모의 표정을 읽으며 세상을 배워나갔던 탓일까. 인간에 대한 호기심. 누군가를 꿰뚫어보고싶다는 욕망은 늘 우리 내부에 잠재되어 있다. '스눕'이 시장에 등장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된 데는 아마 이러한 이유가 한 몫을 차지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살짝 뒷북인 셈이지만. 사놓고 다른 책들에 밀려서 못 읽게 된 탓도 있고 처음 몇 장을 살펴보니 생각보다 타인을 읽는 통찰력을 늘려주는 획기적인 방법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구나. 하고 약간은 실망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스누핑은 대단한 기술이 아니다. 사실은 우리 모두 약간씩은 이미 하고 있는 것들이다. 다른 사람의 집에 초대받았을 때 그 집의 인상이 집 주인의 인상과 연결되지 않았던가. 사무실에 들어가서, 책상 위에 놓인 물건을 보고 그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는가. 관심있는 사람이 어떤 음악을 듣는지 몰래 들어본 일도. 그의 옷차림과 말투, 걸음걸이의 느낌을 얘기해 본 일도. 한번쯤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전혀 새로운 분야에 대한 책이 아니라 우리가 무심코 해왔던 일들을 과학적으로 분석한 책이라고 해야 정확하다. 이 책에서 과학적으로 분석한 바에 따르면 우리가 지금까지 해 온 일반적인 관찰의 결과들은 대개가 맞다. 그러나 일부는 틀리다. 좀 더 정확하게 사앧를 파악하고,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 해 온 고정관념들 중에서 옳지 않은 어떤 것들을 걸러낼 수 있다면 우리는 상대에 대해 좀 더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그런 경우 제법 도움이 될 수 있다. 타인의 성실성을 동조성으로 착각하지 않도록 해주는. 그런 정도의 도움 말이다. 심리학을 하는 사람들의 책을 읽으면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타인보다 자신을 누구보다 세심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도 남을 알고 싶다면 우선 자신부터 점검해 보아야 한다. 타인을 읽는 스스로가 어떤 프리즘을 갖고 있는지 알아야 남을 왜곡해서 비추지 않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비추어 낼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을 먼저 관찰의 대상으로 삼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책으로 새로운 통찰력을 얻어보겠다고 결심했다면 조금 실망할 것이다. 그러나 인간과 그의 공간에 대한 이해를 조금 더 높이고자 한다면. 평소에 자신이 타인에 갖고 있던 직관이 과학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살피고 싶다면 한번 읽어볼 만 하다. . <샘 고슬링, 스눕 - 상대를 꿰뚫어보는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