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군 이야기 3 - 완결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이야기 3
시오노 나나미 지음, 송태욱 옮김, 차용구 감수 / 문학동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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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진실에 기초한다. 그러나 상상을 배제할 수 없다. 우리는 아직 과거로 돌아가는 법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남아있는 최대한의 자료를 긁어모아본다고 해도 여전히 빈 부분이 존재한다. 그것을 얼마나 구체적이고 합리적으로, 공감이 가도록 구성해낼 수 있느냐. 아마 역사를 쓰는 작가의 역량은 여기에서 판가름나는 것이 아닐까. 시오노나나미의 십자군 이야기는 그래서 탁월하다. 그녀의 상상력은 너무나 그럴듯해서, 마치 그 장소에 그녀가 서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의심하게 만든다. 그녀의 서술 하나하나는 모두 당시의 상황을 다각도에서 냉철하게 판단해본 결과이기 때문에 독자를 매료시킬만큼의 설득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1,2권에서도 그랬지만 3권에서 더더욱 그녀의 상상력에 찬사를 보내며 장을 넘겼다.

 

1차 십자군에서 예루살렘왕국이 건설되었고, 2차 십자군은 그것을 지키는 데 실패했다. 한 세대의 영웅들이 피를 흘리고 지나간 자리에 새로운 인물이, 혹은 그 영웅의 자손들이 등장했다. 이제 1대1의 상황이었다. 오랜 세월 신의 이름을 빌려 인간의 일을 도모했던 탓인지 신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도 바래기 시작했다. 이후 계속된 십자군은 이런 복잡한 상황 속에서 진행되었다. 명분에 대한 인정이 부족하면 오히려 더 강조하게 되는 법이어서 십자군을 이끄는 이들에게서는 전보다 더한 모순들이 발견된다. 십자군을 승리하게 한 리차드와 십자군을 패배로 이끈 루이에 대한 평가가 서로 반대된다는 것이 아마 가장 명확한 증거가 아닐까. 아니 교황은 십자군은 승리하기 위한 군대가 아니라, 신에 대한 헌신을 보여주는 시험장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이라 당연한 일이라 보아야 할까. 교황조차도 신에 대한 충성과 전쟁의 결과는 별개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종교적인 차이 때문에 시작된 전쟁이었지만, 사람이란 만나고 겪다보면 동화되는 법인지라 서로를 배척해내지 못했다. 전쟁 후에 남은 것은 땅이 아니라 문화였다. 인간이 가진 힘은 칼과 창과 방패를 가지고 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3차에서 8차에 이른 여러번의 십자군 원정에서 우리는 많은 인물들을 만나볼 수 있다. 그들의 미덕과 악덕을 살피면서 정치에 대해 생각해 볼 수도 있고, 당시 유럽의 역사에 대한 꽤 많은 상식을 얻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 시대에 십자군 이야기가 가져다 주는 가장 큰 이익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얻게되는 상상의 즐거움과, 또한 이 드라마틱한 역사를 통한 영감으로 새롭고 다양하게 창작되는 많은 예술작품들일 것이다. 십자군 이야기를 다 읽고 도서관에 가서 서가를 한번 둘러보시길. 그러면 우리가 읽었던 어느 인물들이, 어느 전쟁의 일부분이 또 다른 소설이되어 자리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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