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84 1 - 4月-6月 1Q8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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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Q84는 두 개의 이야기가 교차형식으로 진행된다. 아오마메의 이야기와 덴고의 이야기가 처음에는 두 개의 이야기가 각각 전개되는 것 같지만 점차 두 이야기에 유사하거나 같은 사건이 등장하여 두 이야기가 평행의 이야기가 아니라 하나가 다른 하나를 포함하거나 혹은 두 이야기가 결국 만나게 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두개의 달 - 아오마메의 세계

노부인과의 약속으로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처리하러 가는 아오마메는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녀가 하려는 일이 더 독특하기는 하지만)  막히는 고속도로에서 내려 비상통로를 통해 지상으로 내려온 것이다. 그에게 택시기사는 말한다. 

[ "현실은 언제나 단 하나뿐입니다." ... 하나의 사물은 하나의 시간에 하나의 자옷에만 존재한다. 아인슈타인이 증명했다. 현실이란 한없이 냉철하고 한없이 고독한 것이다.] pp.23-24 


그가 현실은 하나뿐이라고 말했음에도 아오마메에게 그 이후의 현실은 현실이 아닌 '어떤 것'이 되고 만다. 그래서 그녀는 그 해가 1984년이 아니라 1Q84년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그 해에 달은 두개가 떴다. 그녀가 알고 있는 한은.

'음'을 상징하는 두개의 달의 세계, 아오마메의 세계는 여성이 주도하는 세계이다. 아오마메-노부인이 이야기의 중심을 끌어간다. 유일하게 등장하는 남성인 다마루는 게이이다. 그녀와 아유미의 성생활역시 그녀들이 주동한다. 학대받는 여성들을 돌보고 보호하는 세계- 아래의 세계 남성들이 쌩쌩 달리고 있는 고속도로 아래의 법을 벗어난 어떤 공간인 것이다. 

감추는 혹은 드러나는 - 덴고의 세계

덴고가 있는 곳은 단단한 현실인 듯 보인다. 아오마메가 느끼는 기묘한 현상이나 의문점이 그곳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모호하기는 하지만 명확한 일들이 일어난다. 이곳에서 주동자는 덴고-고마쓰-에비스노로 이어지는 남성이다. 그들은 얼마간은 감추려 하고 얼마간은 드러내려 한다. 작품은 드러내되 그 창작 과정은 감추고, 후카에리는 감추되 그녀가 있었던 '선구'의 세력은 드러내고자 한다. 

이 모든 일들에 점차 깊이 빠져드는 덴고에게 그의 걸프랜드는 말한다.

["자기는 예저에 수학 신동에 유도 유단자였고 긴 소설도 쓰고 있어. 그런데도 불구하고 자기는 이 세계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해. 하나도." ... 눈을 감자 덴고는 지금 자기가 어느 세계에 있는 것인지 자신할 수 없었다.] p.654-655

또 다른 페럴렐 월드
 
소설의 각 장을 차지하고 있는 이야기는 분명 아오마메와 덴고의 이야기이지만, 여기에는 아직 많은 것이 숨겨져 있다. 두 세계에 모두 등장하지만 그 실체를 짐작할 수밖에 없는 공간 '선구'. 그에 관계된 인물이 분명한 후카에리의 소설 '공기번데기'의 세계. 그리고 절대로 말하려고 하지 않지만 분명 쓰여지고 있는 것이 분명한 덴고의 소설 속 세계. 이것들은 모두 두 사람의 이야기를 묶어주는 장치이며, 모든 이야기의 구심점이다. 

 

후카에리는 '공기번데기'가 탁월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덴고에게 그 모든 것이 '실재'한다고 말했다. 이것이 소설 속의 소설인만큼 그 소설 자체가 하나의 평행세계일 수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덴고의 소설에 등장하는 두 개의 달은 그의 상상력이 만들어 낸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로 아오마메의 세계에 떠 있으므로 그녀의 세계와 소설 속의 세계 역시 평행세계라고 할 수 있다.

아직 1권이 끝났을 뿐이지만, 어쩌면 아오마메의 세계는 덴고가 창작하고 있는 소설 속의 세계는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그러니까 덴고가 쓰려고 했던 두 개의 달이 뜨는 소설 속에 아오마메가 있고, 그래서 그 둘의 경험에는 당연히 일치하는 부분이 있는 것은 아닐까하고 (신포니에타나 일요일의 경험, 책임지지 않는 관계, 손잡는 일의 아름다움 같은) 물론 이 두 사람이 소설 속에서 만나버릴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제 더 넓게는 하루키의 세계를 끌고 와 봐도 좋다. 하루키의 경험과 같은 경험을 하고 있는 덴고와, 그의 경험때문에 생겨난 아오마메. 어쩌면 소설을 읽는 우리 모두는 읽는 동안 또 다른 현실 속을 헤매게 되는 것일테니까.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개미> 는 개미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 그리고 백과사전의 세계가 마치 인간의 DNA처럼 엮인 것처럼 전개된다. 그 구조의 문학적이고 과학적인 아름다움을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이번에는 하루키의 작품에서 소설 구조의 독특함과 함께 그 미적 성취를 감상할 수 있었다. 역시 그의 작품은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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