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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일까 -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공경희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그렇게 사소한 것에 감탄하는것은 수프 통조림이 벽에 전시되는 일만큼이나 우스꽝스럽지만 그런 사소함이 더 크고 중요한 전체 이를테면 온전한 한 사람을 향한 사랑의 일부이기에 찬탄받을 만한 것이다. P.30
우리가 얼마나 사소한 것을 가지고도 사랑에 빠질 수 있는지, 그리고 그와 마찬가지로 얼마나 사소한 문제가 우리를 이별로 이끌어 가는지 죽을 것 같은 이별의 고통이 또한 어처구니없이 사소한 과거가 되어버리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는 이미 알랭 드 보통의 전작인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에 나타나 있다. 사랑은 이처럼 그 사람의 부분에 감동하여 전체를 모두 받아들여버리는. 전혀 논리적이지도, 이성적이지도 않은 정신작용이다.
이렇게 사랑에 빠지기를 갈망하는 한 여인이 있다. 그녀를 그녀 자신으로 사랑해 줄 남자를 기다리는. <사실은 그녀 자신도 자신의 본질이 과연 무엇인지 정확히 말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러니까 사실 그녀가 기다렸던 것은 순간의 허영심을 만족시켜 줄 수 있었던 '에릭'같은 남자가 아니라 그녀의 본질은 과거로부터 간직한 상처를 안고 있는 그녀의 슬픈 영혼에 있다고 직감적으로 판단한 '필립'같은 남자였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소설은 어떻게 앨리스의 마음이 '에릭'에게서 '필립'으로 옮겨가는지를 아주 이성적이고 합리적이게 설명하고 있다. 그녀 안에서 움직이는 사랑의 무게와 방식, 그때문에 그녀가 그녀 자신을 정의하고 그녀 자신을 꾸미게 되었는지. 그리고 두 사람의 사랑에서 문제는 무엇이었는지까지 모든 것을 우리는 현미경위에 올려놓고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한번쯤 이런 사랑을 해보았을 것이다. 사랑을 하면 언제나 누군가는 감정을 숨기거나, 자신이 늘 더 먼저 달려가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었을 테니까. 누군가 그대의 영혼을 알아보는 사람을 만나기를 죽을 때에 당신에게 남아있을 마지막 사랑할 거리를 사랑하는 타인과 진정 사랑의 움직임을 느껴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