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는 아이보다 나를 더 사랑한다 - 아이보다 더 아픈 엄마들을 위한 심리학
신의진 지음 / 걷는나무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참으로 발칙한 제목이다. 아이보다 나를 더 사랑하다니. 그런 엄마의 아이가 행복할리가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나도 제목은 좀 도발적이라고 생각했다. 오해의 소지 역시 있다. 아이보다 나를 더 '사랑'한다는 것이지, 나를 아이보다 '앞세운다'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니까, 아이의 일은 제쳐두고 내 일먼저 처리해야 하는 이기적인 엄마의 모습이 아니라, 아이를 '사랑'하느라 나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사랑'하는 것만큼이나 나 역시 '사랑'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가는 건강하고 적극적인 엄마를 의미하는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알게된다. 진짜 이기적인 엄마들도 이 책에 등장하는데 이 엄마들은 아직 성숙하지 않은 엄마들로 표현된다.)
불행한 아이에게는 늘 불행한 엄마가 있다. 엄마가 행복하게 아이를 양육하는데도 불구하고 아이가 불행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엄마의 행복한 미소를 보면 태어난 지 몇 개월 안 된 아가도 따라 웃는다. 하물며 더 큰 아이들이야 오죽할까. 엄마가 불행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다양하다. 엄마들의 하소연을 듣고 있노라면, 오로지 엄마의 탓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있다. 엄마들을 불행하게 하는 주변 환경들이 얼마나 많은지 엄마가 되어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법적으로 엄마의 행복권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생각까지도 든다. 게다가 양육은 엄마의 책임이라는 생각이 뿌리박혀 있는, 모든 것에 앞선 모성애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하는 민족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우리는 더하다. 그래도 우리는 행복해지려고 노력해야하고 적극적으로 행복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하는 이유와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이 책에는 담겨 있다.
큰 애를 낳고 기르면서 다양한 육아서를 읽고 최대한 아이에게 좋은 환경이 되어주겠노라고 결심했지만, 그렇다고 완벽해지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 그건 위험한 생각일 뿐 아니라, 불가능한 생각이기 때문이다. 나는 완벽할 수 없고,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할만큼 희생적인 사람도 아니다. 그리고 그렇게 모든 것을 접은 후에 후회하지 않을 자신 역시 없었다. 그러니까 결국 내가 불행해질것이고, 내가 불행한 상태에서 아이를 향해 미소를 짓는다고 아이가 행복해 할 것 같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몇 가지와, 내가 할 수 없는 몇 가지를 추려냈고, 그래서 충분히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주면서 아이와 지금도 행복하다. 80점짜리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 나는 본능적으로 내 행복을 위해서 80점짜리 엄마를 추구했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 역시 80점짜리 엄마가 되라고 말한다. 유아기의 아이들은 엄마와 거의 분리되어있지 않지만, 아이를 기른다는 것은 결국 점점 아이들을 나로부터 분리해내는 일이다. 엄마가 아이에게 더 밀착되어 있으면, 아이들을 둥지에서 날려보낼 수가 없다. 둥지에서 날아가지 못하는 새가 어찌 하늘을 나는 기쁨을 알게 되겠는가.
나는 이제 곧 두 아이의 엄마가 될 것이다. 저자가 말했듯이 몇 년간은 어쩔 수 없이 나를 버려야할 것이고 우울함에 빠지게 될지도 모르겠다. 식사를 다섯끼 하라는 조언이 있었지만.. (아.. 이후 다이어트역시 내게는 너무 힘든 일이다. ㅠㅠ) 아무튼 체력을 길러 두 아이에게 최선을 다해 80점짜리 엄마가 되어보리라. 내가 건강한 엄마가 되려고 해야, 아이들 역시 건강하게 자라고, 또 나를 씩씩하게 떠나가 줄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