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의 환자들 - 정신분석을 낳은 150가지 사례 이야기
김서영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프로이트 전집에 도전해 본 적이 있다. 나는 심리학을 공부하는 학생이 아니었고, 그러므로 이 도전은 대학 시절에 순전히 교양삼아 시도한 일이었다. 방학을 맞아 도서관에서 이 책들을 한번 독파해 보리라! 결심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몇 권을 읽다 말고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일반적으로 프로이트 하면 떠올리는 성적 욕구에 대한 과한 해석때문이 아니었다. 나를 힘들게 한것은 오히려 그가 제시하는 언어유희였다. 말실수에 담긴 무의식적 욕구라는 것이 도저히 번역본으로는 와 닿지 않는 것이었다. 언어부터 다시 공부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교양을 위해 거기까지 투자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만 둔 기억이 난다.
 

프로이트의 환자들에는 '한 권으로 읽는 프로이트 전집!'이라는 매력적인 타이틀이 붙어있다. 과연 그런가 하고 질문한다면 대답은 그렇다. 라고 할 수 있겠다. 서두에서 작가가 말하는 것처럼 한국판 전집의 체계가 생각보다 읽기 힘들게 되어있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공부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그러니까 나처럼 교양삼아 프로이트를 알고 싶은 것이라면 전집에 무작정 도전하기 보다는 이 책을 챙겨보는 것이 훨씬 이득이 될 것이다. 앞부분에 작가의 조금 지루하다싶게 긴 설명을 제외하면 프로이트가 그의 이론 초기부터 실시한 다양한 환자들의 증상과 그에 대한 프로이트의 진단을 들으며 정신분석의 본질이 무엇인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지나친 성적 해석이 문제가 되기는 했겠지만, 사실 프로이트가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무의식이 어떠한 행동들을 만들어 낸다는 점이었다. 의식하지 않는 부분에 있기 때문에 그것을 꺼내 놓아야 한다는 것이었고. 그런 프로이트를 반대하는 다른 정신분석학자들이 있었고, 대표적인 인물인 융 역시 이 무의식을 전혀 부정한 것은 아니었다. 융의 분석 역시 그 나름대로 매우 유용하기도 하다. 요컨대 정신이라는 것이 단 한가지의 가능성만으로 모두 분석될 수 없기 때문에 학자들 역시 다양한 방법론을 탄생시킬 수밖에 없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아무튼 환자들의 정신적인 문제에 대해 육체적으로 대응했던 무식한 정신과 진료가 시행되었던 시기가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환자들에게 자유연상을 하게 하고 과거를 되짚어보게하고, 환자들의 꿈을 분석하게 하는 등 환자의 내면에 집중하는 방법을 사용했던 프로이트는 분명 유의미한 인물이다. 프로이트가 궁금하다면, 또 정신분석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읽어봄직한 책이다. 덤으로 융과 라캉의 이론에 대해서도 맛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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