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보고 명탐정의 등장을 기대하며 펼쳐들었던 책이다. 물론 명탐정이 등장했다. 사정에 대한 설명만 듣고도 범인이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맞히는 놀라운 능력의 소유자 가게우라 하야미. 거만한 태도로 경사들에게 범인은 누구누구이니 증거는 당신들이 잘 찾아보면 될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는 그의 뒷모습은 얼마나 멋졌는가! 그러나 그는 생계형 탐정이었다. 탐정 노릇밖에 할 수 없어서 이렇게 탐정을 하고는 있지만, 비밀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사건을 가지고 책을 써서 돈을 벌지도 못하고, 사람들에게 명탐정이라는 사실을 인정받지도 못하는 것이 늘 불만인 어찌보면 탐정이라기보다 불평많고 생활고에 시달리는 천재백수같은 느낌의 인물이다. 그의 조수인 '나'는 탐정의 명예로운 정의감에 불타지 않는 그에게 약간의 불만을 품고 있지만, 그가 워낙 명탐정이기 때문에 그의 곁에서 시중을 들며, 그가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을 지켜보는 낙으로 살고 있다. 그러던 중 가게우라가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명탐정이 죽다니! 과연 조수인 '나'는 그의 마지막 조언대로 이 밀실트릭을 풀어낼 수 있을 것인가. 이제 이 '나'가 바로 명탐정이 되는 것일까. 두번째 사건은 무인도에서의 이야기이다. 지하철 폭파 사고를 일으키고 무인도로 도망친 네명의 남녀와 그를 버리러 왔다가 자기도 함께 갖혀버린 한명의 남자. 다섯명밖에 없는 것이 분명한데도 타살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죽음들이 연달아 일어난다. 최후의 생존자는 누구이며, 결국 살인마인 그가 살아남게 된 것일까 아니면 그가 범인임을 알아낸 마지막 생존자가 생기게 될 것일까. 마지막 사건은 탐정소설을 좋아하는 중년 남성의 1박 2일 탐정게임이야기이다. 한편으로 이 이야기는 장난스럽기도 하고, 탐정 소설 속의 탐정 소설을 읽는 것 같기도 하다. 꿈을 이루고 싶었다는 후유키의 발언이 마음을 아프게 만드는 사건이야기였다. 세 편의 작품은 모두 폐쇄된 공간에서 사건이 일어난다는 점에서 공통된다. 마지막에는 약간의 반전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 역시 그러하다. 두번째 사건의 경우는 아무리 명탐정이라도 결국 풀어낼 수 없을지 모르겠다. 소설만으로는. 나는 과학수사대에서 디엔에이를 검사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해 보았다. 어찌되었든 명확하게 결론을 내려줘!! 라고 외치며 말이다. 세 이야기가 각각 독립되어있으면서 동시에 묘하게 동일하게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스릴 넘치는 밀실트릭의 세계를 느껴보고 싶은 독자에게 강력하게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