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로의 밤 매그레 시리즈 6
조르주 심농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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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그레 시리즈 1권이었던 수상한 라트비아인 이후에 매그레 시리즈에는 범죄조직은 등장하지 않는다. 불쌍한 한 개인의 안타까운 과거가 드러나거나, 과거의 잘못에 묶여 기이한 행동을 해야했다거나 하는 등 대부분의 범인들은 전문화되지 않은 인물들이었다. (청부를 했던 경우를 제외하고)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대놓고 조직이 등장한다. 게다가 범인일 것 같은 인물도 줄곧 얼굴을 나타내며 나좀 끼워달라는 듯이 조잘대고 다닌다. 아마도 이번 작품을 영화화 한다면 범인역할을 하는 배우가 굉장히 천연덕스러우면서도 악인의 표정을 지을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할 것이다. 

자신의 신분과 본성을 숨기고 살아가는 교차로의 인물들 사이에 고고하게 품위를 유지하는 귀족 남자가 있다.  사랑 때문에 자신의 안전한 지위와 부를 버리고 떠나온 남자. 하지만 외눈박이에 음침하다는 이유로 그의 고귀한 성품을 인정받지 못하는 남자. 그의 모습은 마치 폐허 속에 유일하게 버티고 있는 한 송이의 꽃같다. 심문에 단련이 된 인물들도 버티지 못한다는 긴 심문시간을 고고하게 버틴 그에게 매그레가 계속 신경을 쓰는 이유도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딘가 묘하게 부조화스러운 사람이라는 느낌. 범죄에 단련되지 않았을 것 같은데도 전혀 주눅들거나 당황하지 않는 모습. 읽으면서 나는 그가 범죄자라면 아주 끔찍하게 무서운 인물일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까지 들었었다.

여러면에서 흥미진진했던 6권을 끝내고 이제 천천히 7권을 기다려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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