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털리 부인의 연인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5
D.H. 로렌스 지음, 이인규 옮김 / 민음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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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스턴트는 처녀적부터 예술가였던 부모의 영향으로 자유롭게 성장했다. 자유로운 연애를 즐겼고 성문제에 있어서도 자신감이 있었다. 그러나 남편 클리퍼드가 전쟁에서 하반신마비라는 부상을 안고 돌아온 후 그의 아내로서, 남작부인으로서 품위있게 살아가는 일에 익숙해진다. 처음에는 남편의 든든한 지지자이자, 조력자로서 살아가는 삶에 그녀도 뿌듯함을 느꼈다. 그러나 남편 클리퍼드는 귀족으로서의 자아가 매우 강했고, 명성을 얻고 싶어했으며 그러기 위해 그녀로서는 불필요하다고 혹은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일들도 행했다. 점점 그녀는 그에게 지쳐가기 시작했다. 그녀의 영혼은 그의 성 안에 갖혀있었기 때문이다. 그녀가 처녀적에 누렸던 자유로움에 비한다면 영국 광산을 운영하는 채털리부인의 삶은 꽉막힌 것이었다.

 

그녀를 속박하는 남편으로부터 그녀가 적극적으로 벗어나지 않는 데에는 한때 그녀가 그를 지켜주는 역할에 매우 만족했기 때문이다. 또한 아직 그녀는 그의 옆자리를 비워버리고 싶을만큼 그로부터 멀어지지 않았다. 때로 아주 귀찮기는 했지만, 그녀가 그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아는 한 그녀는 그를 떠나버리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제 그녀가 사냥터지기에게 몸을 주고 그의 열정과 함께 자신의 내면 속 간직하고 있던 열정을 알게 된 순간. 어쩌면 남편은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그녀의 일탈이 일견 이해되는 이유는 남편이 그녀를 정서적으로 학대했기 때문이다. 그는 그녀를 충분히 사랑해줄 수 있음에도 그러지 않았다. 하반신 마비가 모든 접촉 불가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니까. 요컨대 그가 너무나 정신적으로만 그녀를 원했다는 점은 한편으로 그녀의 여성성에 대한 학대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도 옛 영국에 속해있는 그녀가 과연 연인과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이 소설이 부인의 연애담을 골격으로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내용은 전쟁 후 영국 사회의 급격한 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계급 사회에서 산업 사회로 이행되는 시기에 나타나는 갈등과 불안감. 전쟁 후의 정신적인 공황상태. 젊은이들의 의미없는 토론과 논쟁. 시간의 허비. 노동자들의 고통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니고 있는 건강한 원천들을 이 소설에서 볼 수 있다. 오히려 작가는 노동자 계급의 정신상태가 지배 계급의 그것보다 훨씬 단순하고 명료하며 삶에 가까운 듯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다. 다음 세대를 생산하지 못하는 클리퍼드와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이 당연시되는 마을 사람들의 삶이 일종의 상징이라면 말이다.

 

이제 2권에서는 본격적으로 이들의 대립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그녀의 연인은 사냥터지기이니까. 육체가 없는 귀족과 육체를 긍정하는 평민의 대립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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