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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0
하인리히 뵐 지음, 김연수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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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젊은 여자가 즐거운 기분으로 쾌활하게 전혀 위험하지 않은 댄스파티에 갔었는데, 나흘 후에 그녀는 - 여기서는 선고를 내리는 것이 아니라 단지 보고만 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의 보고에 그쳐야 한다. - 살인자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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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지 : 136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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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리히 뵐은 이 작품을 '소설'이 아니라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어했다. 후기를 쓰면서까지 그가 이것이 '이야기 아니 그를 넘어 선 '팜플렛'이라고까지 말한 이유는 이 작품이 현실에 그 뿌리를 굳게 박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실제로 한 언론지를 언급하면서 그와 관련이 전혀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는 거의 반어적표현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당신의 잡지 이야기요. 라고 말하고 있는 듯 하다는 것이다.
사랑의 아이러니함
어느 젊은 여자 - 카타리나 블룸 - 은 파티에서 위험한 남자를 만나게 되고, 또 사랑하게 되었다. 그녀 스스로가 누군지도 모르는 남자를 파티에 데려오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 자신도 성분이 모호한 남성을 사랑하게 되어버린 것이다. 사랑이라는 것이 얼마나 아이러니 한 것인지! 이성적으로 그녀는 이 강도범을 사랑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녀의 깔끔한 성적 취향을 생각한다면 더더욱. 그러나 그녀는 괴텐의 다정함에 빠져버리고야 말았다. 그리고 그녀가 가진 최대한의 노력을 다해 그를 도망치도록 도와주고 숨겨주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녀가 그렇게 했다고 해서 그의 범죄가 아무렇지도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근본적으로 그녀는 범죄자형의 인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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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텐이 체포되어서 그녀는 오히려 마음이 놓이는 듯 보였다. 이제 그는 더 이상 어리석은 짓을 할 수 없을 거라고 그녀가 말했다. 바이츠메네라는 자가 무시무시하게 느껴져 계속 두려워하고 있었다고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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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지 : 114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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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은 어떻게 발생하는가
소설의 부제는 폭력의 발생과 그 결과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토록 평범하고 소박한 그녀가 - 그녀가 고급 가정부로서 일을 했던 집에서는 어디서나 그녀에 대해 끊임없는 칭찬을 늘어놓았다. 이 정도면 소박하면서 뛰어난 그녀가 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 살인지가 되도록 만든 원천. 그것은 바로 언론이었다. 그녀의 행동과 관계없이 언론은 놀라운 그들의 재간으로 그녀의 주변을 샅샅이 캐고 다녔고 그녀의 인생을 짓밟았다. 그녀 주변 인물들의 긍정적인 발언은 모두 왜곡되었고, 아무런 근거도 없는 게다가 그녀의 인생에 어떠한 영향도 미친 적이 없는 인물의 부정적인 발언은 그대로 체택되었다. 더 나아가 그 기사를 쓴 기자 - 그덕분에 피해자가 된 - 퇴트게스는 면회가 허락되지 않은 암투병중인 엄마를 찾아가 충격을 주기도 했다. - 물론 이것도 사실이라고 믿을 수조차 없지만 - 이렇게 복잡한 과정을 모두 통과한 그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고 견뎌낸 그녀가 마지막으로 방아쇠를 당긴 이유는 복잡한 사건에 비하면 얼마나 간단한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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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이자는 '섹스나 한탕 하자'고 했고, 그래서 난 생각했던 겁니다. 좋다, 지금 총으로 탕탕 쏘아 주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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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지 : 141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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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생각해보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퇴트게스는 그녀에 대해 숱한 기사를 썼지만 직접 인터뷰를 하기로 한 건 처음이었다. 때문에 카타리나는 그를 미리 만나보기 위해 그가 다닌다는 술집에서 기다리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는 달랐다. 그는 이미 그녀에 대한 모든 판단을 끝낸 뒤었던 것이다. 그에게 그녀는 자신에게 진실을 말해줄 인터뷰 대상자가 아니었다. 그가 기사에 적은대로 '공산당원의 창녀'였다. 그래서 그는 그렇게 말했고, 그 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했다.
펜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은 이미 경험한 바다. 과거에는 언론이 그랬고, 현재는 매우 위험하게도 모두가 그럴 수 있는 힘을 갖게 되었다. 이 칼날이 퇴트게스의 경우처럼 자신에게 돌아올 수도 있다는 것을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