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안삼환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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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고 그의 '젊음'이 그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젊다는 것, 감수성이 예민하다는 것, 사랑이 심장의 전부를 차지하도록 둘 수 있는 정열이 있다는 것. 그것이 그의 자살이유라고 생각했다. 한편 그의 성실하고도 현실적인 친구 빌헬름을 기억하는지? 빌헬름이 물론 이번 소설의 주인공과 동일인물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꽤나 유사하다고 느끼는 것은 이번 소설에서 빌헬름이 젊음을 토대로 사랑의 상처를 보듬어가면서 현실과 타협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펼치면서 제법 세상을 적절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1장에서의 빌헬름은 그야말로 베르테르와도 같다. 그는 순진하고도 순수한 열정으로 그의 첫사랑 마리아네에게 순정을 바쳤으며, 마치 베르테르가 로테를 자신과 동일한 인물로 여겼던 것처럼 그의 여인 마리아네를 자기와 한몸으로 여기고 사랑한다. 그러나 그의 사랑을 받는 마리아네는 그처럼 순수한 열정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여인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와는 사랑을했고, 그리고 젊은 상인 노어베르크와는 생활을 했다. 이렇게 첫사랑에 실패한 그는 상인으로서의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아버지가 시키신 업무차 여행을 떠나게 되고 다음 2장에서 5장은 그 여행 중 일어나는 그의 연극담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겉보기에는 빌헬름의 사랑여정으로 보이는 줄거리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괴테의 연극과 희곡, 소설, 시 등 문학 전반에 대한 의견이 80프로 이상이다. 그의 문학관의 총체라고 볼 수 있을 정도이다. 특히나 5장의 마지막 부분 - 야르고를 통해 세익스피어를 처음 접하고 햄릿에 푹 빠진 빌헬름이 이 희곡을 상연하기 위해서 극단운영자이자 친구인 제를로와 토론하는 장면 - 에 이르면 한 편의 햄릿 해설서를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이다. 그는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하나하나를 정확하고 세심하게 파악하고 있었으며 인물의 성격이 인물이 처한 상황과 어떻게 관계맺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지적할 줄 알았다. 햄릿을 옆에 놓고 읽는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정말이지, 시인이란 완전히 자기 자신을 위해, 전적으로 자기가 사랑하는 대상들 속에서 살지 않으면 안 돼. 하늘로부터 더할 나위 없이 귀중한 내면적 천분을 부여받아 끊임없이 스스로 불어나는 보물을 가슴 속에 간직하고 있는 시인은 부자가 자기 주변에 수많은 재화를 쌓아놓고 갖은 애를 써도 얻을 수 없는 안온한 행복감 속에서 외적으로도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자신의 보물들과 더불어 살아가야 해.
 
페이지 : 126쪽  

이 대사는 빌헬름과는 달리 뼛속부터 상인의 피가 흐르는 친구 베르너가 글 쓰는 것을 취미로 하다가 보면 언젠가 좋은 작품도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하자 이에 반박하면서 하는 말이다. 글을 쓰는 일에 대해 괴테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는 글 쓰는 일에 자기의 온 존재를 바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말은 지금도 글 쓰는 사람들에게는 지극히 당연한 말일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살 수만은 없다는 데에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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