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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2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4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안삼환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평점 :
장편소설이 1권과 2권으로 나뉘어 쓰였을 때에는 1권과 2권을 하나의 책으로 인식하고 읽어내려가게 된다. 그러나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는 1권과 2권의 성격이 전혀 다르다고 느낄 정도로 내용과 표현 의도가 달라서 마치 다른 소설을 읽고 있는 것만 같았다. 1권은 애초에 <빌헬름 마이스터의 연극적 사명>이라는 구상으로 1777년에 시작되었다가 완성된 1794년에는 2권과 함께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가 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래서 1권은 연극과 예술에 대한 다양한 의견과 괴테의 문학적 열정을 느끼면서 읽을 수 있었던 반면에, 2권은 빌헬름이 인생을 배우는 과정으로서 종교에 대해, 인생에 대해 교훈을 주는 잠언들로 가득차 있어 그런 종류의 글을 즐기지 않는 나에게는 꽤나 고역인 글이 되어버렸다.
여러 종류의 잠언들과, 본래 6권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어느 아름다운 영혼의 고백>이라는 종교적 수기를 제외해 버리고 나면 2권의 줄거리는 대개 1권에서 다 풀어놓지 못한 인물들의 관계를 정리하고 해명하는 데에 사용되었다. 최초에 빌헬름이 아닌 다른 남자의 여인으로 느껴졌던 마리아네는 빌헬름의 아들 펠릭스를 낳고 그에게 정절을 지키고자 노력하였으며, 아이를 낳고 얼마 후에 죽게 되었다는 것. 그가 상처를 입었을 때에 돌봐주었던 '아마존'여인은 그가 연극하던 때에 만났던 백작부인의 언니이자 필리네를 따라다니던 프리드리히의 누나이고, 로타리오 남작의 동생이었다는 것 등. 그리고 그는 그동안 알게 모르게 만나왔던 인물들 중에서 신부가 중심이 된 <탑>의 모임에 입회한 후 그동안 자신의 삶은 인생에 대해 깨달음을 얻기 위한 수행과정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에게 때로는 냉정한 충고를 아끼지 않았던 야르노가 그와 같은 수업시대 두루마리를 가진 <탑>의 일원이라는 것은 그의 약간은 비밀스러운 인물됨을 생각해 볼때, 제법 그럴싸하다.
그래도 괴테는 예술을 사랑한 젊은 시절을 완전히 배반해버리지는 않았다. 그는 상인기질을 가진 베르너와 빌헬름이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이 두 사람의 외형이며 내면을 비교하여 제시하는데, 마치 빌헬름이 청년시절에 그렸던 상인의 여신과 예술의 여신을 떠올리게 했다. 그는 예술을 통해 단련되고 성장한 인물이 더더욱 크게 될 수 있으며 이것이 시간을 지체하는 듯 보일지라도 그의 성품을 기르는 데에 오히려 유익하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빌헬름이 '나탈리에'라는 완전한 <행복>의 상징. 그의 진정한 <사랑>을 만나게 된 것을 계기로 우리가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여러 감정들에 대해 빌헬름의 독백을 통해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아우렐리에를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착각하게 만들었던 로타리오를 그토록 비난했었지만, 그 역시 테레제에게 그와 비슷한 착각을 했다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의 감정은 밖에서 보면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검토할 수 있지만 내부로 들어오면 이렇게 비논리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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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온 힘을 다하여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이렇게 나는 마리안를 사랑했고, 그 여자한테 그토록 무서운 오해를 했다. 필리네를 사랑했으나 그녀를 멸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우레리에를 존중할 수는 있었으나 사랑할 수는 없었다. 테레제를 존경했으나 실은 펠릭스에 대한 부정이 그녀에 대한 애정의 모습을 띤 것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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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지 : 360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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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헬름의 수업시대만큼이나 우리는 하나의 수업시대를 거치고 있다. 그는 예술과 사랑을 통해 단련되었고, 괴테는 그의 삶을 행복으로 이끌어주었다. 우리의 수업시대는 무엇으로 이루어졌을까. 또 우리의 결국을 어디로 인도해 주게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