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연인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0
D.H. 로렌스 지음, 정상준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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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의 이야기 중 전반부는 모렐 부부와 큰 아들 윌리엄에게 맞춰져 있었고, 후반부는 폴의 성장과 더불어 모렐부인과 폴의 유대관계에 대한 설명으로 채워져 있었다. 이제 2권에서는 폴의 직장과 연애, 그리고 어머니와의 관계가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1권보다 2권은 폴의 감정선이 훨씬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다. 아마도 소설을 읽으면서 주인공의 감정의 흐름을 느끼기 보다는 사건의 흐름에 치우친 독서습관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번역본을 읽은 것이기 때문에 그것이 작가의 의도인지, 혹은 번역상의 문제인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감정의 흐름이 굉장히 과격하게 변했기 때문에도 그들의 감정변화에 익숙해지기 힘들기도 했다.

폴의 연인 중 미리엄이 그의 정신적인 부분을 담당했다면 클라라는 그의 육체적인 부분에 속했다. 미리엄은 그에게 좀 더 고상하고 높은 정신을 추구하기를 원했고. 클라라는 그의 전부가 자신에게 속하기를 원했다. 폴은 그 어느것도 그들에게 채워줄 수 없었다. 그의 진정한 연인은 바로 어머니였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폴에게 그토록 절대적이었던 모렐부인의 역할은 그가 성인이 되고 연인들을 만나면서 축소되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의 삶을 끊임없이 지배해 온 그녀의 존재는 그의 과거이자 현재이자 미래였다. 미리엄이 그를 설명하면서 그가 스스로를 갖지 않는다고 말한 것은 그런 의미에서 타당하다. 그는 그 자신을 온전히 가지고 있지 않았기에 미리엄에게도 클라라에게도 줄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가 알고 있었든 모르고 있었든 말이다. 

모렐 부인의 참혹한 모습을 그가 견딜 수 없어한 것은 사랑하는 여인에게 보이는 남자의 행동과 비슷하지 않은가 생각해 보았다. 그녀의 건강이 좀 더 좋았을 때에도 그는 어머니가 젊지 않은 것을, 그와 함께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힘이 부족한 것을 통한해 했다. 그리고 결국 그는 어머니가 빨리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애를 쓴다. 그녀의 죽음은 그에게 해방이었을까. 아니면 그 다음장의 제목처럼 버려짐 같았을까. 

모든 아들은 어머니로부터 시작되고, 어머니에게서 벗어나면서 완성된다. 아들의 첫 연인 어머니. 그리고 어머니의 끈질긴 연인 아들. 그 두 사람의 끈질긴 관계는 어떻게도 간단히 풀 수 없는 수수께끼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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