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는 무거움 테레자는 어느날 토마시에게 강물에 떠내려온 아이처럼 그렇게 떠내려온다. 생애의 무거운 것들을 떨쳐버리고자 했던 그에게는 꽤나 무거운 짐이었을 테레자이지만 그녀를 그는 기꺼이 받아들인다. 서술자는 '은유'야 말로 사랑을 시작하게 만드는 위험요소이며, 토마시가 테레자를 강물에 떠내려온 아이라고 은유하는 그 순간에 그는 사랑하기 시작했고, 인생의 무거운짐을 지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참을 수 없는 가벼움 테레자의 무거움은 그녀의 어린시절부터 시작된다. 그녀는 어머니에게 무거운 '짐'이었으며 그녀의 어머니는 삶이 가볍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존재라는 것이 얼마나 허망한지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그녀의 육체를 학대했다. 테레자의 어머니는 테레자를 사랑하지는 않았지만 짊어졌다. 그리고 테레자 역시 때로는 모든 것을 용서하고 어머니를 짊어지고 싶어한다. 그녀에게 있어서 가벼움은 무거움보다 더 힘든 것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바란다. 토마시가 좀 더 약해지기를. 그래서 그녀의 전 존재로 그를 보듬을 수 있기를. 다시 참을 수 없는 무거움 토마시가 무거움을 떨쳐버리는 방식은 아주 명확하다. 거절이다. 그는 최초의 결혼을 배반했다. 자녀도 그리고 그 자녀 덕분에 그는 부모와도 결별했다. 가정은 그에게 무척이나 무거운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외과의사로서의 삶, 그리고 가벼운 여자들과의 섹스를 추구하며 살아가는 것에 만족했다. 그는 또한 자신이 한 발언을 기사화한 데 대해 투쟁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자기의 발언을 누군가가 이용하도록 방치하지도 않는다. 그에게 필요한 것은 자기의 가벼움을 지키는 일이었다. 그래서 외과의사의 삶마저도 간단하게 포기해버린다. 아들과의 회복 가능한 때에도 그는 아주 잠깐 망설이지만 거절하는 데 성공한다. 그에게 무거운 것은 테레자하나로 족했다. 그가 그토록 외면하고 싶어한 무거움은 역사였다. 체코의 역사, 정치. 그 속에 끼어있는 자신이 무기력하다는 사실. 그 무거움을 견뎌내기 위해서라도 그에게는 가벼운 삶이 필요했을 것이다. 다시 참을 수 없는 가벼움 테레자는 토마시의 바람기를 견딜 수 없어한다. 그녀가 견딜 수 없는 것은 자신의 존재가 토마시의 다른 여자들처럼 가벼워지는 것이다. 물론 이점에 있어서 그녀는 이미 성공한 셈이다. 그녀와 다른 여자들은 토마시에게 전적으로 다른 존재니까.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그녀가 원하는 만큼 무거워진 것은 아니다. 그래서 그녀는 토마시를 두려워하면서도 사랑한다. 그래서 그것이 어떤 우연의 연속으로 일어났는지는 그녀에게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배신의 배신. 그리고 배신 사비나는 가벼운 여인이다. 그녀는 가볍기를 소망한다. 토마시의 가장 편안하고도 친구같은 여자인 그녀는 테레자와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그녀에게 질투는 필요없는 물건이다. 그녀의 애인 프란츠를 그녀는 배신했다. 그가 그의 아내를 버리기로 작정한 바로 그 때에. 그리고 곧 자신의 조국을 배신한다. 체코의 역사가 그녀에게 요구하는 모든것들을 떠나버린다. 그녀가 체코인이기에 생겨나는 모든 시선역시 배신한다. 그녀는 가볍게 떠다니는 것 같지만 사실 그녀가 참을 수 없는 것은 오히려 가벼움일지도 모른다. 자신의존재가 어떤 것으로 정의되는 것 자체를 참을 수 없는 것이다. 그녀 존재가 결코 가볍게 다루어져서는 안된다고 스스로에게 말하는 것 같다. 그녀의 작품 속에 늘존재하는 '이해할 수 있는 거짓과 이해할 수 없는 진실'사이의 틈. 거기에 그녀를 살짝 놓아두어야 할 것이다. 1부에서 7부까지 나뉘어있는데다 각 부는 짤막한 장으로 구분되어 있어서 두껍지만 빨리 읽히는 책이었다. 이 가볍고도 무거운 사람들의 정신과 육체를 드나드느라 머리를 쓰면서도 책장이 넘어가는 즐거움에 매료되었다. 한편으로는 네 사람의 사랑이야기같지만 그 속에서 그들의 고통과 역사의 아픔을 나눌 수 있었다. 공산주의체제 하의 선동적인 구호 아래서 자기의 존재로 살아가기 위해 발버둥치는 토마시와 테레자의 모습에서 전체주의적 사고에 휩쓸려가지 않으려는사비나의 모습에서 오늘날 우리들의 모습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