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정류장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1
가오싱젠 지음, 오수경 옮김 / 민음사 / 200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깝고도 먼 나라가 대개 일본이라고 말하지만, 진정 가깝고도 먼 나라는 중국이 아닐까 싶다. 한동안 이념이 달랐기 때문에 더더욱 가까이하기 힘들었던 나라. 그러나 아주 오랜 기간 함께 역사를 달려왔던 나라. 실은 한문문화권이라고 말하면서 한묶음으로 묶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고 여겨왔을 뿐. 그 나라에 대해 이야기해보라고 한다면 글쎄 얼마나 잘 이야기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 책에는 세 편의 희곡이 실려있다. <버스정류장>, <독백>, <야인> 이 그것이다. 마지막에 실려있는 부록을 읽어보면 가오싱젠의 희곡에 대한 생각을 알 수 있는데, <야인>은 그의 이러한 관점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버스정류장>은 무언가를 끊임없이 기다리고 좌절한다는 점에서 <고도를 기다리며>를 떠올리게 한다. 삶이란 끝없는 기다림이라는 보편적 진실이 여기서도 발견된다. 정류장에 모여있는 사람들은 시골에서 시내로 가기를 기다리고 있다. 버스가 오면 그 버스를 타고 시내에 나가 노인은 장기를 둘 것이며 안경잡이는 시험을 볼 것이다. 아이 엄마는 아이와 남편을 돌보는 집안일로 복귀할 것이고, 숙련공은 자신의 기술을 펼쳐 작품을 만들 것이다. 청년은 시내의 자유를 즐길 것이고 아가씨는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달콤한 미래를 계획할 수도 있을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모든 바람에도 불구하고 버스는 그냥 지나쳐버린다. 때로는 사람이 가득 들어있기 때문에, 혹은 사람이 적지만 바쁘니까 그냥. 또는 외국인들을 위한 버스기 때문에 내국인은 태우지 않고 지나가버리기도 한다. 사람들은 온 몸으로 버스를 막아서 보기도 하고, 버스가 시민들을 위하지 않는다고 제법 그럴듯한 성토를 하면서 정치적 계획을 꾀하기도 하지만. 모든 방법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버스를 타고 시내에 나갈 수 있을 것 같지 않아보인다. 이렇게 놓고 보면 그들은 주류에 속하지 않은 비주류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종점이라고 하는 제법 좋은 위치를 차지하지도 못하고, 버스 기사와 아는 사이라서 세워달라고 말 할 수 있는 인맥이나 지위를 가지지도 못한. 그저 기다리다가 안오면 포기해야하는 시내에서 소외된 인물들이다. 안경잡이의 시계가 일년이 지나고 이년이 지났음을 알려도 포기할 수 없는 시내에 대한 갈망. 그것은 그들 각자가 지닌 인생의 청사진에 대한 갈망이었다. 그러나 그것보다 비를 피하며 천막 속에서 몸을 부대꼈던 그 시간 뒤에 오히려 따뜻한 인간애가 형성되고 자신이 가진 자리에서 새롭고 건강한 미래를 꿈꾸게 되는 장면은 얼핏 지나치게 교훈적인 것 같긴 하지만 인정할 수 있는 마무리이다.

 

<독백>에는 말 그대로 한 배우의 독백이 계속 이어진다. 배우로 살기 위한 방법. 배우가 어떻게 유명해지게 되는 것인지 얼마나 하기 힘든 것인지. 이 배우의 독백을 통해 관객들은 연극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야인>은 3장으로 되어있다. 한 삼림마을에 야인이 발견되면서부터 사람들은 이 마을을 주목하기 시작한다. 야인이 있다는 사람과 없다는 사람이 대립하는 가운데 어린 소년 세모는 야인과 만나 그와 교감하게 된다. 이 소년의 이야기를 반대자는 반대자대로 이용하고 찬성자는 찬성자대로 이용하지만 모두 진실과는 상관없다. 진정한 야인은 삼림마을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전통이었으니까. 심한 벌목으로 인해 마을이 물에 잠기는 위험에 처하고, 다양한 종의 나무들과 동물들이 멸종 위기에 처하는 상황에 안타깝게 느껴졌다.

 

사실 이 희곡은 내용 자체에서 의미를 찾기보다는 형식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 더 맞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내용은 왠지 건전가요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상연되는 무대를 볼 수 있다면 온갖 전통 노래와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그야말로 축제처럼 느껴질 수 있을텐데 말이다. 그러나 실제로 상연된다고 하더라도 중국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내가 백프로 장면을 느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중국문학을 더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잘 아는 것도 없고 읽어본 적도 없지 않던가. 최근에 혜성같이(?) 등장한 위화의 작품 정도 읽어본 것 같다. 그 외의 동양문학들은 전부 일본의 것이 아니었던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