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그라피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2
비톨트 곰브로비치 지음, 임미경 옮김 / 민음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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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브로비치 자신이 직접 등장하는 작품이다. 실명도 자주 작품에 거론된다. 그가 마음에 들어하지는 않지만 그의 내면을 그대로 반영한 듯한 인물 프레데릭은 곰브로비치가 자칫 실행하지 못하는 은밀한 계획을 과감하게 실행해 낸다. 작품 내내 그 둘은 행동을 같이 하게 되는데 읽는 동안 나는 곰브로비치가 자기 내면의 자아를 형상화했다면 프레데릭은 그의 본능쯤이 되지 않을까 싶다. 분리되고 싶지만 분리되지 않는. 혐오하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자기 자신의 무의식. 

 

두 사람이 한적한 시골 마을에 내려와서 처음 주목하게 된 인물은 싱싱한 젊은이들이다. 나와 프레데릭 모두 알고 있는 히폴리트의 딸 헤니아와. 그 집 마름의 아들 카롤은 두 사람이 보기에 완벽한 젊음. 생명. 무지. 였다. 이미 삶을 지나와버린 그들이 결코 가질 수 없는 활력. 무지하기 때문에 오히려 순수한 그들의 모든 행동들. 그러나 히폴리트부부는 헤니아를 도무지 신체적으로 우수할 것 없는 변호사 알베르트와 약혼시키기로 결심한다. 이 어울리지 않는 결합을 무심코 넘길 수 없었던 두 사람은 카롤과 헤니아의 관계를 진척시키고 싶지만 두 사람은 서로에게 전혀 이성적으로 끌려하지 않는다. 두사람 모두 이렇듯 성적 매력을 풍부히 가지고 있으면서 서로 사랑하지 않다니! 두 중년은 이들을 자꾸 엮어내려하고, 그럴수록 알베르트는 두 젊은이에게 농락당하는 히스테릭한 약혼자가 되어간다.

 

젊은이들의 위험한 연애에 집착하는 두인물을 따라가다보면 그들이 전쟁 후 자신의 삶에 대한 의욕을 잃어버렸음을 알 수 있다. 나치하의 독일. 체제를 전복하고자하는 은밀한 계획. 명령. 살인. 이런 것들에 지쳐버린 이들은 젊은이들의 육체. 욕망. 사랑. 에서 위안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들에게서 자신의 젊은시절을 투영하고 싶었던 것이다. 아름다운 어떤 것을 실현해보고싶은 욕망을 그들은 이 젊은이들에게 아낌없이 쏟아부었다.

 

모든 죽음이 얼마나 허망한지. 한평생 신을 따르는 삶의 극단을 살아왔다고 자부했던 아멜리아의 추한 죽음이나, 반독체제를 위해 헌신했던 위험한 삶을 두려움으로 마감한 시에미안의 허망한 죽음이나, 헤니아에게 도덕적 우위를 가진 어른으로 남고 싶어 선택한 알베르트의 유약한 죽음. 또 두 사람의 계획의 완성을 위해 그저 젊음을 희생당한 올렉의 죽음. 모두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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