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화밭의 고독 속에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24
베르나르마리 콜테스 지음, 임수현 옮김 / 민음사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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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화밭의 고독 속에서> 와 <숲에 이르기 직전의 밤>이 수록되어 있다. 두 작품 모두 서정적인 제목과는 달리 두 사람의 대화. 또 한 사람의 독백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약간 메마른느낌이 들었다. 

<목화밭의 고독 속에서>에는 두 명의 등장인물이 나온다. 한 사람은 딜러. 한 사람은 손님이다. 그러나 이 둘의 관계를 이렇게 정의하기에는 석연찮다. 딜러는 팔 물건을 꺼내놓지 않고, 손님은 사겠다는 요구도 하지 않는다. 그래도 두 사람은 파는 자와 사는 자라고 정의될 수 있을까. 서로가 서로에게 아무런 제시도 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거래는 성사될 수 있을까. 아니 둘 사이의 거래가 성사되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이 두 사람은 서로에게서 떨어질 수 없는 것은 아닐까. 이 둘이 제안을 거부하는 이유는 같다. 거절당할까 두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두려움은 <숲에 이르기 직전의 밤>에도 드러난다. 나는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면서, '너'가 지쳐서 가버릴까봐 두려워한다. 거절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이것이 콜테스의 삶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그의 삶의 고통이 얼마나 그의 정신을 피폐하게 했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두 작품 모두 '나'는 이방인이다. 섞이지 못하는 이. 섞이려고 노력하지만 언제나 들킬 위험을 안고 있는 이. 콜테스가 여기저기에서 거부당하며 또 어느 곳에도 정착하지 못하면서 살았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 <목화밭의 고독 속에서>에 등장하는 딜러역시 이동하는 인물이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는 손님을 기다린 것이 아니라 손님이 가는 길목으로 이동해왔다. 그렇게 해서 마침내 둘이 만난 것이다. <숲에 이르기 직전의 밤>에서 나역시 '너'를 붙잡았다. 내 말을 들어줄 유일한 이. 

전자에서 각각의 인물이 서로 화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끝나기는 하지만 두 사람이 존재한다고 생각할수 있다면 후자에서는 '나'의 존재에 비해 '너'의 존재가 명확하지 않다. 어쩌면 '나'는 어느 벽을 보고 이야기를 하고 있거나, 비에 비친 그림자를 보고 이야기를 하고 있을 수도 있다. 자기의 이상형을 떠올리면서. 그가 정신을 차리고 자기가 꼭 붙잡고 있었던 것이 자기의 옷자락일까봐 안타까운 마음이 밀려들었다. 그 고독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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