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감있게 읽히는 소설이다. 문체도 그렇지만 주인공 프랭크와 코라의 사랑과 살인의 실행. 그리고 파멸까지의 과정이 매우 빠르게 전개 되기 때문이다. '불륜'은 그들 자신에게는 사랑일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게는 치명적인 충격이다. 게다가 그 사랑때문에 목숨까지 희생당해야 한다면 더 말해 무엇할까. 하지만 소설의 중심인물은 희생당한 그리스인 닉이 아니다. 그는 그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장애물로 존재하다가 사소하게 사라져버리고 만다. 인생. 그 아이러니 아이러니하게도 프랭크와 코라가 저질렀던 살인기도와 실제 살인은 모두 무죄판결을 받는다. 첫번째 시도는 고양이에 의한 사고로 간단히 정리되어버리고, 두번째 시도는 많은 실수들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증거가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보험사의 성격상 간단하게 과실로 처리되어버린다. 그러나 그 두 사람은 자신들의 범죄행위를 알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둘은 더더욱 결합하기보다는 더더욱 불신하고 불안해하게 된다. 결국 코라는 프랭크와 함께 차를 타고가다가 사고를 당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정말' 과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프랭크는 살인이라는 죄명을 쓰게 된다. 그는 '정말' 그녀를 살리고 싶었다. 그리고 사실은 그 조급함이 그가 사고를 내게 만든 원인이었다. 진정 죽이고 싶을때에는 쉽게 죽여지지 않더니 진정 살리고 싶을 때에는 그렇게 쉽게 죽여지다니. 인생은 그렇게 우리의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빌어먹을 놈의 무의식. 그걸 믿지 못하겠다." p.169 프랭크가 이 모든 진실에도 불구하고 두려워하는 것은 자신의 무의식이다. 무의식에서는 그녀를 죽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그는 자신의 결백을 말하고 있으면서도 떳떳하게 결백하다라고 주장하지는 못한다. 물론 과거의 살해경험때문인 탓도 있겠지만. 그가 닉을 죽이고 나서 그에 대한 일말의 죄책감을 느끼지 않은 것으로 보아 당연히 벌을 받아야 한다거나 그를 죽여서는 안되었다거나 하는 이유에서 괴로워했다기보다는 이미 살해를 했던 자신이 그녀 역시 무의식 속에서는 죽이려고 차를 틀었을지도 모른다는. 또는 그녀 역시 차를 돌리던 순간에 그가 자기를 죽이려고 한다고 생각하고 죽어갔을지도 모른다는. 그런 종류의 두려움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죽어서 그녀를 만나게 된다면 그 사실을 확인하고 싶다는 프랭크의 마음은 한편 지고지순한 사랑으로까지 느껴질 정도이다. 간단한 줄거리는 치정살인사건일 뿐이지만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이 보여주는 감정의 변화와, 떠나는 것이 천성인 프랭크의 운명이 어우러져서 깊이 있는 이야기가 되었다. 살인이 일어난 후에 두 사람이 서로를 믿지 못하게 되는 계기들도 소설에 사실성을 부여하는 동시에 독자들의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는 요소가 되었다. 실제로 이렇게 살인사건으로 맺어진 커플들이 어떻게 자연스럽게 삶을 영위할 수 있을까. 어떻게 떠나지 않고 살 수 있을까. 이들의 운명이 한 편으로는 안타까우면서 한편으로는 당연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