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의 작품은 로맨스의 성격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삶으로 읽힌다. 인간의 성품과 그 성품이 어떻게 행동으로 표출되는지. 그리고 그 행동의 결과가 어떤 삶을 가져오는지. 사랑을 기본골격으로 하고 있는데 사랑보다는 사람을 먼저 읽어내야 사랑을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 아마 제인 오스틴의 로맨스들의 성격일 것이다. 이성을 상징하는 인물 '앨리너'와 감성을 상징하는 인물 '매리앤'은 각각 그 상징하는 바에 어울리는 사랑을 택하고 진행시킨다. 언뜻 앨리너의 사랑은 지지부진하고. 읽는 사람조차 '뭐. 정말 사랑하고 있는거였어?'라고 생각할 정도로 감정이 드러나지 않지만 어떤 상황의 변화나 새로운 인물의 등장 등 당혹스러운 사건이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그녀의 심지를 흔들수는 없다. 설령 에드워드가 다른 여인과 결혼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녀는 그가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했었다고 하는 사실을 확신했을 것이다. (어떤 의미로는 이게 정말 무서운 감성인 것 같기도 한데. 이성적인 판단에 근거한 믿음으로 그려지고는 있지만. ^^;;) 반면 '매리앤'은 '뭐야. 언제 이렇게 발전된거지?'라고 생각될 정도로 급격히 빠르게 사랑의 감정을 키워간다. 대개의 경우 이쪽이 훨씬 더 설득력은 있다.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서로에게 푹 빠져서 아무것도 안 보이는 '비이성적'상태에 잠깐은 빠져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나 그녀의 선택이 그토록 믿을 수 없는 '감성'에서 비롯된 것이었기 때문에 '현실'이 작동하는 세계에서는 벽에 부딪치고 만다. '윌러비' 역시 변덕스러운 감성의 조절을 받는 사내였고. 그랬기 때문에 매리앤역시 앨리너와 같은 '확신'을 가져볼 수 없었다. 두 자매가 결국은 행복을 찾아가는 데 있어 가장 필요했던 것은 그녀들의 감성을 지켜낼 수 있는 이성이었다고 생각한다. 결국 매리앤을 차지하게 된 브랜든 대령이 그의 옛 연인이 매리앤을 닮았음을 시사하면서 '누군가 굳건한 사람이 그녀 옆에 있었다면 그녀는 그렇게 파괴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 것처럼. 에드워드가 한때는 감성의 지배를 받았고, 그래서 한 때 실수로 약혼을 해버렸던 것처럼 우리는 '감성의 시대'를 지나온다. 그 시대의 실수를 바로잡아 주는 것은 그 이후에 오는 '이성의 시대' 때가 아닐까. 사랑이라는 감정을 지켜낼 수 있는 힘은 현실을 바로 분석할 수 있는 이성에 있다는 것. 그것이 그토록 서로다른 두 자매의 사랑에서 보여주고 싶었던 진실이 아닐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