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에 ’소설’로 읽은 기억이 난다. 단지 그 소설의 내용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게 문제다. 게다가 소설이라니. 이 작품은 원래 희곡인데 말이다. 어린아이도 읽게 쉽게 하기 위해서 이런저런 노력을 기울인 것 같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는건 정말 힘들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뭐가 이해가 되어야 말이지..ㅡㅡ; 그러고 보면 셰익스피어처럼 난도질 된 작가가 있을까 싶다. 전 독자층을 상대로 작품을 읽히려는 다양한 사람들의 각자의 노력덕분이겠지만. 이 작품은 세 이야기가 서로 교차되면서 진행된다. 우선은 아테네의 공작 테세우스와 그의 약혼녀 히폴리타의 결혼식이 이루어질 예정으로 그곳에 사는 허미아라고 하는 여인이 자신의 연인 라이샌더와의 사랑을 허락받지 못하고 오히려 아버지의 마음에 든 드미트리우스라는 청년에게 시집을 가야하는 처지에 처하자 테세우스에게 자신의 사랑을 인정받게 해달라고 호소한다. (끌고 간건 아버지 이지우스이지만) 또 하나는 이 테세우스의 결혼식을 위해 연극을 준비하는 노동자집단 바틈 일행이 연극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이들은 하나의 비극적이면서도 유쾌한 극을 만들겠다는 (이것이 가능하다면) 일념으로 자신들의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 안되는 암기력을 동원해가며. 그리고 환상의 세계. 숲의 요정의 왕 오베론과 그의 아내 티타니아의 이야기가 있다. 오베론은 티타니아에게서 인도소년을 데려오고 싶지만 티타니아의 거부로 원하는 바를 이룰수 없자 신비의 약으로 티타니아의 마음을 움직이려고 한다. 사실 이 한바탕 꿈은 이 숲의 요정 오베론이 현실의 세계의 허미아와 라이샌더 일생의 사랑이야기를 엿듣는 것에서 비롯된다. 사실 드미트리우스를 사랑하는 헬레나라는 여인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드미트리우스를 매우 사랑하나 그는 자신의 사랑은 오직 허미아에게 있기 때문에 헬레나를 증오한다. 이같은 사랑의 얽힘을 풀어주고자 오베론이 꾸민 극이 그의 시종 퍽의 실수로 엉뚱하게 진행된다. 퍽이 드미트리우스와 라이샌더 모두 헬레나를 사랑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큐피드란 원래 심술이 좀 있는 편이니까. 실수가 아니라 심술이었다고 해도 크게 이상할 것은 없지만. 어쨎든 이로 인해 한바탕의 꿈은 이루어진다. 오베론이 이를 바로잡을 때까지. 진정한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였지만 내용보다도 구성이 마음에 들었다. 전혀 다른 이야기 세개가 한꺼번에 연결되기도 하고 분리되기도 하며, 또 환상과 현실이 합체하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하면서 전혀 무리없이 전개되는 것이 말이다. 한편으로는 이제야 전혀 이해되지 않았던 과거의 책을 다시 재구성할 수 있게 된 것이 이 책을 읽은 후의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