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이 작품의 주인공 맥베스는 아마 비극의 주인공들 중에서 가장 동정을 받기 어려운 인물이 아닐까싶다. 그가 마녀들의 예언을 받아들인 순간부터 그의 의지는 예언의 성취에만 목적을 두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가능할 것으로 여겨지지 않았던 코도의 영주가 되자마자 자신에게 왕위가 올 것이라는 마녀들의 예언이 사실이라고 믿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예언이 사실이라면 그가 현재의 왕을 죽이고 왕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 역시 실현되리라. 처음 그가 살인을 하고자 마음먹었을 때에는 그나마 그에게는 동정심이 있었다. 자기에게 무한한 신임을 보이고 따뜻한 온정을 베푼 왕을 살해하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아내는 그런 그에게 좀 더 욕망을 실현시킬 용기를 가지라고 요청한다. 결국 이 살인을 기점으로 맥베스는 폭주하기 시작한다. 아내마저도 말리는 살인들을 끊임없이 계획하고 실현하는 것이다. 요점은 처음 멕베스가 왕을 살해할 때에는 분명 예언이 그의 편이었는데, 그 이후의 살인은 예언이 그의 편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니 오히려 그는 예언에 반하는 현실을 만들기 위해 살인을 하기 시작한다. 뱅코와 그의 아들을 살해하려는 계획은 그가 마녀들이 뱅코에게 한 예언 - 그는 왕위에 앉지 않겠지만 그의 아들이 왕위에 앉을 것이라는 - 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다. 자신의 살인이 그의 후손을위한 것이 된다는 생각은 그를 앞뒤 재지 않고 그 예언을 실현시킬 인물들을 모두 없애는 것으로 막아서도록 했다. 뱅코를 죽인 후 맥더프를 살해하고자 그의 성으로 자객을 보내 그 아들과 아내를 살해한 것 역시 현재의 왕위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그는 왕위에 앉은 후에도 여전히 예언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고, 때로는 예언을 신뢰했으나 때로는 예언대로 되지 않기를 바랐다. 결국 그를 움직인 것은 예언으로부터 시작된 그 자신의 욕망이었다. 그의 내면에 자리잡은 ’악’은 그의 ’선량한 양심’으로 막아서기에 워낙 거대했다. 마녀들은 바로 이 부분을 건드렸을지 모른다. 대개 마귀는 그런 식으로 인간에게 침투하는 법이니까. 그렇게 해서 얻은 것은 맥베스의 고뇌와 갈등. 그리고 영혼의 파멸이다. 극의 마지막으로 가면 맥베스는 어두운 곳에서 사람 죽이는 일을 계획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인물이 되어간다. 피는 피를 부르고 결국 자신의 피로 씻을 수밖에 없게 되는 순간이 온다. 맥베스의 비극성은 바로 거기에 있다. 그의 파멸이 그로부터 나와 그를 삼키고 말았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