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25
황석영 지음 / 민음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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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꿈은 황석영의 작품 돼지꿈 외에도 몰개월의 새, 철길, 종노, 밀살, 야근, 탑, 삼포 가는 길, 객지 의 총 9편을 담고 있는 작품집이다. 소설은 작가가 인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또 세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알게 해 준다. 때로 작가의 시각은 시대를 대표하기도 하고, 그렇게 되면 독자들은 작가의 다음 작품에서 또 다른 시대의 담론을 읽게 되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황석영은 독자의 입장에서 기다려지는 작가. 읽고 싶어지는 작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란 아무나 되는 것은 아니니까. 

작품집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다. 그들에게는 하루하루를 살아간다는 것이 힘에 부친다. 그러나 작가는 그들의 힘에 부친 생활을 이야기하는 데에 내용을 할애하기보다는 그들이 그 생활 속에서도 어떻게 삶의 활력을 얻어가는가에 초점을 맞춘다. 물론 때로는 그 활력이 더욱 서글프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돼지꿈’에서 주인공  강씨는 넝마주이다. 그는 말하는 것이나 행동하는 것을 보면 금방 그의 하루 수입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잘 읽히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가 오늘따라 넉넉하게 잡은 수입과, 그에 얹어 생긴 개 한마리는  그의 얼굴의 주름을 펴 준다. 약간의 여유가 생기자 그는 딸 미순이의 빚을 갚아 볼 생각도 한다. 여유가 있을 때나 없을 때나 빠듯한 계산. 아들의 손가락이 잘린 댓가로 생긴 돈임에도 딸의 혼사와 빚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강씨 부인의 모습. 그들의 돼지꿈은 딱 거기까지다. 그래서 무척이나 서글픈 횡재일 뿐인 것이다. 

몰개월의 새에 등장하는 미자나 철길에서 압송당하던 병사는 자신의 처지를 억울해하고 저항하기도 하지만 더이상 벗어나지 못한다. 미자는 계속 군대 옆에서 전장으로 떠나는 군인들을 마음에 품으며 삶의 의지를 얻는 생활을 계속 할 것이고, 병사는 끊임없이 저항했지만 결국 자신을 쏘는 것으로 삶을 마감할 뿐이다. 반면에 이들보다 더 나이 든 종노의 동이노인은 젊은 아들의 격한 외침을 듣고 동요하기는 하지만 자신의 처지를 그저 받아들인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어쩌면 받아들이는 정도가 넓어짐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야근과 객지는 모두 노동쟁의를 소재로 하고 있다. 결말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두 작품 모두 노동자와 기업가들의 대립이 어떻게 발생되며 어떻게 진행되고 어떤 방식으로 진압되어왔는지를 보여준다. 노동문제를 다룬 작품들은 물론 많지만 그의 작품에서 노동쟁의는 노동자와 기업가의 대립축뿐 아니라 노동자들의 불완전한 단결력. 그러나 이를 단결시켜 쟁의까지 진행시키고자하는 노력. 그 와중에 노동자들을 이간시키고 포기시키려는 보이지않는 분자들까지를 복잡하지 않게 보다 간결하고 담담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그의 노동쟁의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불의에 울부짖는 영웅이기보다 고뇌하고 두려워하며 때로는 불안해하는 인간의모습을하고 있다. 객지의 동혁과 대위. 야근의 직장은 그래서 진정 그 시대에 살아 움직였던 인물인 듯 싶었다.

작품을 다 읽고 난 후에는 우리 시대의 역사의 면면을 훑어낸 느낌이 들었다. 가난한 사람들의 모습과. 이를 통해 부를 축적하던 이들의 모습. 전쟁에서의 군인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또 인간애를 잃어버릴 수밖에 없었던 처절한 삶까지.  작가가 날카롭게 지적하여 보여주는 이들의 모습은 물론 역사의 부분이지만 또 역사를 통해 보여진 인간의 모습이기 때문에 더더욱 마음을 파고들고 생각을 키우는 힘이 있었다. 그의 작품이 나올때마다 회자되고 읽히는 이유는 그의 소설이 갖는 이 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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