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의 풍차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
장 지오노 지음, 박인철 옮김 / 민음사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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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 있다면. 그 운명이 잔혹하다면. 어떨까. 

폴란드의 풍차의 주인이 된 조제프씨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 인물의 과거 행적이나 본래의 직업은 서술되지 않는다. 아무것도 모르고 설명을 듣고 있는 독자들만큼이나 서술자인 '나'역시 모르는 것이 많기 때문에 독자들은 '나'가 아무리 설명을 열심히 해도 무언가 부족하게 들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만큼 책을 읽으면서 상상해야 할 것들이 많은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조제프에 대해서 '나'는 교양있지만 교활하고 부드러움과 자애로움을 가장하고 있지만 강인하고 잔인할 수도 있는 인물이라고 평한다. 이것은 코스트가의 자손이며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비극적 운명의 잔해인 쥴리와 조제프가 결혼을 함과 동시에 그들이 죽을때까지 함께 하게 된 '나'의 판단이기 때문에 신뢰할 만 하다. 그러나 조제프를 이해하는 것은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는 무엇보다 이 비극적 운명을 가진 여인을 피하지 않고 마주 선 용기있는 사람이었으며, 더 나아가 그녀를 사랑하고 보호하는 일에 노력을 기울였다. 게다가 버려진 영지. 폴란드의 풍차를 누가 보아도 훌륭하다고 여길만큼 아름답게 가꾸어 놓은 인물이 아닌가. 작가는 코스트가의 잔혹한 운명을 모두 알고 있음에도 의연하게 삶을 영위하고 결국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기까지 한. 이 조제프라는 인물을 통해 인간에게 운명이 가혹하더라도 우리는 한 가닥 희망을 걸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쥴리가 자기의 삶에서 꽤 오랜 기간 '행복'하게 살 수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코스트가의 잇단 운명에 마을 사람들이 모두 경악했던 것처럼. 우리는 사실 이 어찌할 수 없는 운명앞에 선 사람들에 대해 동정하기보다는 두려워하지 않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운명이 공동체의 것이 될 지도 모른다는 불안. 그렇기 때문에 간단하게 개인에 머무를 수 있도록 한정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 다른 이의 괴로움에 대해 책임을 함께 하지 않으려는 이기심이 사실은 코스트가에게는 더 큰 재앙이 아니었을까. 선량했던 쥴리가 미치도록 만든것은 그녀의 운명이 아니었다. 그녀의 오빠 장 역시 바르게 자라날 가능성이 있는 젊은이였다. 자크에게는 어머니를 죽이고 태어난 아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그들을 끔찍한 운명 앞에 가져다 놓았다. 조제프가 사람들이 자신을 두려워하도록 만든 것은 운명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사람이 두려웠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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