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의 총살형이 집행되는 장면에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이 총살형의 결과에 대한 의문으로 독자들을 궁금하게 만든 다음 그로부터 먼 과거부터 서술한다. 그로부터 먼 과거.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의 아버지 호세 아르까디오 부엔디아는 건강하고 부지런한 사람이었다. 그는 새로운 발명과 새로운 땅. 신기한 물건들에 관심이 많았다. 얼핏 몽상가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는 이러한 새 문물이 자신들의 삶에 풍요를 가져올 수 있게 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그의 열정을 바쳤다. 그랬기 때문에 여러 남자들을 이끌고 마꼰도라는 땅에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이야기에서 호세 아르까디오 부엔디아는 초반에만 중심인물일 뿐 후반부로 들어서면서 잠깐씩만 등장하거나 마치 죽은 것처럼 제외된 채 이야기의 흐름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아마도 그는 모든 일의 시작. 마꼰도 역사의 상징으로 자리하도록 한 것이리라. 그의 큰 아들 호세 아르까디오는 큰 덩치를 지닌 장사였다. 그리고 동생 아우렐리아노는 생각에 잠긴 고독한 운명을 타고난 이였다. 어머니 우르술라는 두 아들을 사랑했지만 그들의 운명에 대해서는 슬퍼했다. 그랬기 때문에 손자의 이름에, 또 증손자의 이름에 그들의 이름이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했다. 가장 오랜기간 이성을 잃지 않은 상태에서 후손들의 성장과 소멸을 지켜본 인물인 이 여인은 미신에 기대고 있는 듯 보이지만 현실에서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낸다. 아이를 기르는 방법에서나 자손들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태도에서나. 우르술라의 태도 뿐 아니라 이 이야기 전체가 마술같기도 하고 현실같기도 하다. 마꼰도의 역사는 현실에 있는 이야기일 것 같지만, 가끔 등장하는 영혼들의 존재나, 알 수 없게 실행된 사람들의 죽음은 이 곳이 현실이 아닌 새로운 땅. 미지의 공간 같기도 하다. 이곳을 정치적 지배하에 둔다는 것이 과연 가능이나 할런지. 그러나 이 곳에도 전쟁이 휘몰아쳤고, 사람들은 어느 한 파를 지지했고, 그에 목숨을 바쳤지만 이내 모든 정치적 목적이 허무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렇게 희미해진 다음에도 여전히 약간의 경계심이 유지되는 사회가 되어버리는 과정은 현실보다 더 현실같다. 이제 1권에서 아우레리아노 역시 노인이 되었다. 그의 역사는 다음 세대로 이어질 것이다. 나이 먹은 우르술라가 더이상 지배할 수 없는 영역이 생겨날 것인가. 여전히 마술적인 이유로 부자가 되고, 지배권을 가지게 된 세군도 형제들의 미래는 어떠할 것인가. 2권의 이야기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