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오신화라는 이름을 안 들어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김시습이라는 저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고. 학교 교육과정에 들어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읽어보지 않았어도 줄거리쯤은 한 번씩 들어보지 않았을까 싶다. 나 역시도 줄거리를 들어본 적은 있지만 시간을 내어 금오신화를 읽어본 적은 없다. 공부할 때는 작품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일 보다는 되도록 많은 작품들의 내용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기 때문에 대강의 내용만 알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금오신화에는 만복사저포기, 이생규장전, 취유부벽정기, 남염부주지, 용궁부연록의 다섯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각각 주인공도 다르고 내용에도 약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주인공이 문재가 뛰어난 인물이고, 이야기 마지막에는 자취를 감추거나 죽음으로 현실을 벗어나 염라대왕이 되거나 신선계로 떠나기도 한다는 점이 공통적이다. 만복사저포기와 이생규장전을 읽으면서 조선 전기에 해당하는 당시의 상황에서 이렇게 자유로운 연애가 가능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만복사저포기에서의 여인이 귀신이었다고 하더라도 양갓집의 규수인데, 이리 적극적이라니! 그가 정치를 등지고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그야말로 자유롭게 사고하고 더 폭넓게 이해하는 능력을 갖게 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서술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들의 사랑이 이승과 저승에 막혀 이루어질 수 없었던 이유는 사실 전쟁때문이었다. 그러니 생각해보면 전쟁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을지. 또 그 때문에 가족을 잃거나 사랑할 수 있었던 사람들을 아예 만나지도 못하는 일들이 얼마나 많았을지. 그들의 아픔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그는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서나마 이들의 사랑을 응원해주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부벽정에서 노는 이야기나 남염부주에 간 이야기. 또 용궁잔치에 초대받은 이야기는 대개 그의 유학자로서의 의견을 펼치는 장이었다고 생각된다. 시를 주고 받는 즐거움을 누리는 와중에, 또는 심도있는 토론의 와중에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에나마 실어본 것이다. 한편 그가 혼자 있는 시간동안 스스로를 대상으로 소설 속에서나마 함께 이야기하는 즐거움을 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기가 자기의 시에 화답하기도 하고. 감탄하기도 하면서. 금오신화가 갖는 문학사적 의의를 차치하고라도 시와 소설을 함께 즐기며 우리 소설의 저력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작품으로 읽어두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