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의 겨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1
안토니오 무뇨쓰 몰리나 지음, 나송주 옮김 / 민음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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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본은 비랄보와 내연의 관계이자 원치 않는 남자 말콤과 함께 사는 여인 루크레시아가 꿈꾸는 미래의 공간이다. 그녀가 말콤과 그의 동료 투생모통에게 쫓기면서도 그 곳으로 가고자 할 때 비랄보에게 그 곳은 미지의 어떤 곳이었을 게다. 그래서 그는 '리스본'이라는 그리고 그녀가 찾아다니던 '버마'라는 공간을 가지고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이고. 때로 우리는 직접 경험한 것 보다는 경험하지 못해본 것들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때가 있다. 인간의 감수성이라는 것은 현실에 발딛고 있지 않을 때 보다 발휘되는 것일까. 

그러나 리스본은 그녀에게 미지의 곳이 아니었다. 그녀가 꿈꾸는 미래를 이끌어 줄 수 있는 구체적인 어떤 '곳'이었다. 그녀는 비랄보에게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다. 자신이 왜 그곳에 가야 하는 것인지. 그리고 왜 그와 함께 있을 수 없다고 말한 것인지도. 그러나 진실을 알기 전에도 그리고 후에도 비랄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의 안전이었다. 그와 만난 이후로 (아니 아마 그 전에도) 그녀는 한 순간도 안전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어쩌면 나는 그들의 사랑에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그 '안전하지 않음'에 있다고 생각한다. 위험한 사랑만큼 매력적인 것은 없지 않은가. 모두가 안된다고 하는데도 끌린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우리는 쉽게 믿어버리게 되니까 말이다. 그래서 안전하지 않은 모든 사랑이 다 순수하고 진정한 사랑이라고 포장되는 것이겠지만. 

한 여인을 사랑하고 기다리고 그 여인때문에 쫓겨다니고 위험에 빠지고 사람을 죽이게 되고 그래서 결국 이름마저 바꾸고 살아야했던 남자 비랄보. 그의 이야기는 한편의 아름다운 연인의 곡 같기도 하고, 위험스러운 위기의 곡 같기도 하고, 그리고 결국 사랑에 모든 것을 거는 운명의 곡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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