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집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9
이사벨 아옌데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0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클라라를 중심으로 한 1권의 이야기가 마무리되고 2권에서는 클라라의 손녀인 알바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사건이 진행된다. 알바는 클라라의 딸, 블랑카의 딸이다. 블랑카는 아버지가 그토록 반대했던 남자, 페드로 테르세르 가르시아와 사랑에 빠졌고 그와의 사이에서 생긴 아이가 알바였다. 페드로 테르세르는 에스테반으로부터 죽을뻔한 위기를 겪어야 했고, 블랑카는 장 드 사티니라고 하는 백작에게 팔려가듯 시집을 가야 했다. 다행스럽게도 알바는 의붓아버지인 장 드 사티니의 집이 아닌 모퉁이 집에서 태어나게 된다. 그리고 아름다웠던 이모할머니 로사의 머릿결을 닮은 그녀는 외할아버지인 에스테반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외할아버지와 사상적으로는 일치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충분히 사랑스러웠고, 그녀 안에 있는 사랑을 외할아버지에게 아낌없이 쏟을 줄 아는 천진함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1권에서는 그저 배경으로 작용했던 정치적인 흐름이 2권에서 두드러지게 드러나면서 에스테반의 정치적 이력과 그를 위협하거나 그에게 동조하는 정치적 세력들에 변화가 일어난다. 그를 지지하는 정치가들이 있었지만 그의 가족들과 관련된 이들은 안타깝게도 그와 반대편에 서 있었다. 딸이 사랑했던 페드로 테르세르는 저항 가수의 이름을 가졌고, 사랑하는 손녀딸 알바의 연인 미겔은 혁명을 부르짖었다. 아들인 하이메는 그 때문에 결국 죽음을 당했다. 함께 살아가는 가족이지만 사상이 불일치했기 때문에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어도 행보가 다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또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었기 때문에 페드로는 자신의 손가락을 잘라버린 에스테반을 위험에서 구출했고, 반대로 에스테반은 딸의 애원에 못이겨 페드로의 망명을 도와주게 된다. 정치라는 것이나 사상이라는 것이 과연 가족의 사랑보다 더 대단한 것일수 없다는 단순한 진리를 이들의 모습에서 알아볼 수 있다. 

마치 우리의 이야기를 읽는 것 같았다. 과거 쿠데타라는 이름으로 상식이 무시되던 시절의 이야기를. 어떤 이들은 자유로워질 것을 희망했고, 어떤 이들은 정의로워질 것을 기대했지만 결국 모두 피의 댓가를 치러야 했던 시절의 이야기. 가족을 잃고 미쳐버리거나 미칠 것만 같았던 시절을 지날 때의 이야기를. 그 와중에 어떤 이들은 희망을 이야기했고, 또 살아가야하는 당위성에 부합하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억척스러워져만 갔던 그들의 모습들을 다시 펼쳐 보이는 것만 같았다. 

강한 영혼을 지녔던 여인들의 역사를, 또 자기의 신념대로 살아갔던 한 남자의 평생을 읽어볼 수 있는 글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