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쿠알 두아르테 가족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24
카밀로 호세 셀라 지음, 정동섭 옮김 / 민음사 / 200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파스쿠알 두아르테라는 한 범죄자가 쓴 일기를 편집해서 출판한 것처럼 꾸며져 있는 글이다. 한 감옥 안에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남자. 파스쿠알 두아르테. 그는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면서 자신이 이처럼 범죄자가 된 경위를 변명하듯 때로는 참회하듯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폭력적인 가정에서 성장했다. 그의 아버지는 갓 출산한 아내를 때릴 정도로 포악한 인물이었다. 어머니 역시 그에게 사랑을 주는 인자한 인물은 아니었다. 어머니도 아버지의 폭력에 폭력으로 대항했다. 아마도 그가 어릴적부터 보고 배운 것은 힘의 논리였을 것이다. 그가 입버릇처럼 사내다운 사내를 내뱉는 것도 마찬가지 의미다. 그에게 있어 사내다운 사내란 자신을 모욕한 이를 용납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의미였으니까. 그러한 삶의 방식은 자신의 동생을 임신하게 한 남자를 살해하는 데서부터 모친살해에까지 이른다. 그리고 이야기 속에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백작을 살해함으로써 그는 사형을 선고받게 된다. 

그가 자신의 삶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한편 인위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니까 참회의 기술인 것처럼 하면서 당시 시대의 모순을 비판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법은 그에게 어떤 태도를 보였는가. 사회는. 운명은 그에게 무엇을 해 주었는가. 그는 자신의 잘못이 일부분 있다고 하면서도 끈질기게 자기의 삶에 끼어들었던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람을 죽인 자신을 별 가책 없이 금세 풀어준 사회에게, 가난했기 때문에 나라를 떠나버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도 없었던 자신의 처지를 설명하면서 자신이 그 모든 것을 버텨내기에 터무니없이 약했다는 것을. 그리고 어쩌면 누구라도 그런 운명에서는 자기처럼 약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하고 싶은 것 같아 보인다. 

그는 비참하게 죽었다. 평정심을 찾은 듯 보였지만 죽음에 임박한 순간에 살고 싶다고 부르짖었다. 그토록 가치없었을지라도 그래도 살아보고 싶었다고 말하는 그의 죽음이 씁쓸한 것은 그가 참회한 인간이었기 보다는 그가 사는 것처럼 살아본 적이 없는 인간이었기 때문에 그러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