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클레어라는 주인공의 이름은 이미 익숙하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이름. 데미안은 이보다 더 유명하다. 그는 주인공 싱클레어의 성장에 함께하는 인물이다. 실체가 있는지 없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어떻게 보면 그의 주변에 있는 인물인 듯도 하고 어떻게 보면 그의 상상속의 인물인 듯도 하다. 혹은 그 자신의 어떤 부분이 형상화 된 것 같기도 하다. 소년 싱클레어는 무용담을 통해 친구들에게 박수를 받으려다 프란츠 크로머라는 인물로 부터 협박을 당하게 된다. 거짓으로 했다고 했던 도둑질을 실제로 한 것으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그의 협박에 굴복한 싱클레어는 하루하루 죽을만큼 괴로워하면서 보내게 된다. 크로머는 그에게서 돈을 받아내고자 하고, 싱클레어는 진짜 도둑질을 하게 되기에 이른다. 이 어려운 상황에 등장하는 사람이 바로 데미안이다. 그는 독심술을 하는 것처럼 싱클레어의 내면을 잘 읽어낸다. 그리고 곧 크로머는 데미안에 의해 떨어져 나가게 된다. 데미안이 그에게 어떻게 했는지는 나와있지 않으나 이후 싱클레어에게 크로머는 어떤 영향력도 미치지 못한다. 크로머는 낮은 차원의 인물이다. 그는 싱클레어의 육체와 정신을 피로하게 한 것은 사실이나 그의 영향력은 싱클레어를 변화시키지는 못했다. 싱클레어가 지적했듯이 데미안도 크로머와 비슷하다고 느꼈다면 그것은 데미안의 영향력은 바로 정신의 변화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데미안은 싱클레어에게 새로운 정신을 심어주었다. 기존의 틀을 부수도록 만드는 생각을 불어넣어 준 것이다. 단순히 반복되는 일탈의 정도가 아니라 그의 삶 내내 지속될 새로운 사고의 탄생. 그것이 데미안이 싱클레어에게 미친 영향력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싱클레어는 꾸준히 성장한다. 카인의 표적. 그래서 사람 속에서도 여전히 고독한 그 표적을 달고서. 전쟁 속에서 데미안은 그에게 마지막 입맞춤을 한다. 이제 그. 데미안은 싱클레어와 함께 살아갈 것이다. 그와 보낸 마지막 이후가 더 아팠다는 사실은 성인이 된 싱클레어의 삶이 가슴아프게 고단했다는 말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우리 모든 성인들이 그러하듯이. 알을 깨고 나온 새가 날아가는 곳은 창공이지만 먹고 살기 위해서는 날개를 접고 땅에 내려야 하는 순간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