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미오와 줄리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3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 민음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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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동화가 아니라 희곡이라는 원 형태로 읽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닐까 싶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그들의 사랑이 죽음으로서 완성되었다고 보기 때문에 비극에 속하지 않는다는 설명을 들은 적이 있다.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그들은 비록 희곡에서 죽었을지라도, 독자들에게 영원히 청춘의 정열적인 사랑을 나누었던, 죽음까지도 불사했던 진실한 연인으로 기억될테니 그저 비극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는 설명이 아니었을까. 

이 젊은 연인들은 사랑에 빠지는 시간이 지극히 짧았던 반면, 사랑에 빠진 깊이는 매우 깊었다. 줄리엣은 로미오에게 그의 발도 손도 아닌, 그의 일부라 할 수 없는 몬터규라는 이름을 버리라고 말한다. 우리가 장미라 부르는 건 다른 어떤 말로도 같은 향기가 난다는 그녀의 말은 그들의 처지를 고려하면 처절하게도 아름다운 표현이다. 그들의 만남은 순수하게 그와 그녀의 만남이었으며, 그 이후에 로미오가 만나는 그녀의 친척들이 인간대 인간이 아닌 가문대 가문으로 만나 피비린내나는 싸움을 지속해 온 것과는 지극히 대비되는 만남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모든 만남에 가문이 속해있었던 두 젊은이는 인간대 인간으로서의 만남으로 이루어진 사랑을 절대로 놓칠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줄리엣이 로미오에 대한 사랑을 이루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했던 반면, 로미오는 줄리엣에 대한 사랑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기는 했지만 노련하게 다루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들의 비극은 손도 발도 아닌 그 가문이라는 이름의 힘때문이기도 하고, 사랑에 빠지는 데에는 누구보다 빨랐지만 그것을 지켜내는 데는 아직 미숙했던 젊은 연인 로미오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줄리엣이라는 이름 앞에서 그의 칼을 무디게 하지 못했고, 그의 친구의 죽음을 초연하게 견뎌내기도 힘들었으며, 그녀의 죽음 앞에서 냉정을 찾을 시간을 갖지도 않았다. 그는 행동하는 연인이었고, 그의 행동의 대부분은 다시 되돌릴 수 없는 것이었기에, 그녀는 그의 아내로서 남편이 가는 그 행동의 길을 따라가야했다. 

어떤 연인들보다 무모했음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사랑이 아름다운 것은 그들이 어떤 어려움 앞에서도 서로에게 충실했기 때문일 것이다. 짧았기 때문에 강렬했고, 또 강렬했기 때문에 무엇이든 감수했던 두 사람이 죽음 이후에는 하나로 기억된다는 것이 이 이야기를 모든 이들의 가슴속에 새겨 놓게 만든 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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