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편의 이야기가 담긴 자전적 소설이다. 소망 없는 불행은 그의 어머니의 이야기를, 아이이야기는 그의 딸과 함께했던 생활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자전적 소설에서 볼 수 있는 감정선보다 훨씬 건조하다. 자기의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는 작가의 의도된 절제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소망 없는 불행에 나오는 어머니의 모습은 가난한 시절 우리네 어머니의 모습같다. 자주적인 생활을 꿈꾸지만 결코 그럴 수 없었던. 어릴적 똑똑하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그 재능을 마음껏 펼쳐볼 수는 없었던. 아이를 여러번 낙태할만큼 모질기도 했지만 자신의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집을 떠날 수는 없었던. 남편을 이해하기도 어렵고 한편 업신여기기도 하지만 자신이 없는 남편의 생활에 안쓰러움을 갖는. 나중에 그녀가 자기의 육체적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삶을 포기하는 데에 이르렀기는 했지만 살아오는 동안 어머니로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삶을 붙잡고 살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이야기는 조금 독특한 서술방식으로 쓰였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은 소망 없는 불행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름이 거론되지 않은 채 전개되었는데, 남자 또는 그로 지시되던 아이의 아버지가 어느 순간 '나'라고 표현되었다가 또 다음에는 다시 '그'로 지시되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는 한 문단 내에서도 '나'와 '그'가 번갈아 쓰여 서술자와 인물간의 거리가 가까워졌다가 또 멀어졌다가 한다. 이런 서술의 낯설음 때문인지 단순하게 보면 아이를 키우면서 겪게되는 일상의 변화와 어려움. 생활의 기쁨등에 관한 이야기임에도 새롭고 신선하게 느껴졌다. 무엇보다 아이는 아이 그 자체로 하나의 세계라는 것. 그래서 부모는 아이를 통해 세계를 발견하게 된다는 것을 인식하게 해주는 소설이었다. 형식의 독특함. 서술의 신선함을 느껴보기에 좋은 소설이다. 새로운 소설을 만나보고 싶다면 이 책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