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5
앙드레 브르통 지음, 오생근 옮김 / 민음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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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현실주의의 대표작이라고 말하면 읽기 어려운 작품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 것이다. 나역시 그랬으니까 자동기술법이라고 하는 서술 방식을 처음 접했을 때의 당혹감은 이후에 접하게 된 모든 작품들에서도 그닥 사라지지 않았던 것처럼. 글을 읽는 사람이 그다지 친절하지 않은 채 서술되는 글쓴이의 생각을 따라가는 것은 어지간한 집중력으로는 어려운 일이다. 어떤 문장이나 단락은 다시 읽고 또 다시 읽어도 이해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러나 나자는 그 정도의 작품은 아니다. 글의 서술자인 '나'는 서두에서 자신에 대해 탐구하며 우연히 만나게 된 사람드에 대해서, 또 자신이 감상한 영화의 장면에 대해서, 자신이 평소에 생각하는 상상력의 소산들에 대해서 서술한다. '나'의 인물이 어떠한 사람인지 이해될 때쯤 나자가 등장한다. 나자는 그가 서두에 말했던 어느 숲속에 벌거벗은 채 있었던 여인일 수도 있고, 그와 대화가 가능한 여인일 수도 있고, 그가 빠져서 지내게 되는 '엘렌'일 수도 있을 것이다. 존재하는 여인일 수도 있고, 존재하지 않는 여인일 수도 있다. 불과 물이 같은 것이라고 말하는 그녀는 모순된 존재다. 어제는 완전히 흐트러진 모습으로 나타났다가 다음 날은 정돈된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물질에 매우 초연한 인물인 것 같지만 물질적인 어려움 때문에 떠밀려다니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와 만나기로 약속하지만 약속하지 않은 시간과 장소에 나타나고, 미래를 점치는 예언자의 모습을 하다가 정신병자가 되어버리기도 한다. 양 극단을 모두 지닌 존재. 그렇기 때문에 벗어나고 싶기도 하고 푹 빠져서 헤어나오고싶지 않기도 한 여인의 모습을 이 작품에서 발견할 수 있다.

 

때로 사람들은 한 쪽으로 치우친 생각을 하게 된다. 익숙한 것에 익숙해지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그대로 덮어두고 사는 것이 편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하루하루 삶에 익숙해질때 즈음에 그가 만났던 여인 '나자'를 한번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어느 누구에게도 익숙하지 않은 모습의 그녀를. 또 그녀에게서 발견되는 '나'의 모습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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